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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영어이야기1] 거지도 영어한다! 진짜로!!

  • 20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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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영어이이야기 

회사의 배려로 약 8년 전 캐나다 토론토에 있는 중수로소유주그룹(COG, CANDU Owners Group)에 1년간 파견나가 국위선양과 외화획득까지 하게 되었다.

원자력은 각 노형별로 대부분 소유주그룹이라 해서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좋은 기술을 서로 나누고 있다. 캐나다형 원전인 중수로의 경우 COG를 중심으로 매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한수원도 회원사 중 하나다. 다양한 분야의 깊이있는 전문가들이 모인 비영리단체다.

허재열교수

[사무실 동료들과 기념사진]

영어가 시원찮았지만, 당시는 매우 용감했던 시절로 기억된다thumbsup

출퇴근은 지하철을 이용했는데, 출근길에 지하철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 아래에는 행려자(편의상 ‘거지’라고 하겠다) 한 명이 매일 한결같은 자세로 흐트러짐없이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구걸을 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쳐 가듯이 처음엔 아무 생각없이 지나쳤다. 어느 정도 사무실 업무에 익숙해 진 다음, 문득 이 거지 아저씨가 뭐라고 하는 지 궁금증이 생겼다. 물론 “한 푼 줍쇼.” 정도의 말을 했을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길지도 않은 몇 단어를 전혀 알아듣지 못한 것이다.
내가 아무리 영어가 미숙해도 그렇지, 거지가 하는 단순한 말도 못 알아듣다니! 😳
순간 당황했다. 다시 지하철로 들어가 되돌아 나오면서 귀를 쫑긋하고 다시 들었다. 천천히 걸어 나오면서 10번은 들었을 것이다. 겨우 들리는 것은 말끝의 ….please 달랑

한 마디. 차마 묻지는 못하겠고, 다음날을 기약했다. 퇴근은 나보다 먼저 하는 지 항상 출근길에만 있는 분이었다.

역

[그 분이 계신 St. Patrick 역]

다음날. 또 다음날. 역시 들리지 않았다. 그러기를 2개월. 결국 포기했다. 거지 발음도 XX같군.. 사투리가 심한 모양이다…하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시간은 흘러 캐나다 체류 6개월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무심하게 지나가는데 문득 그 거지가 하는 말이 귀에 들어왔다. “Share your coins, please.” 그날이라고 특별히 천천히 얘기한 것도 아니고 크게 얘기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갑자기 들린 것이다.

 

동전

그날 순간 혼자서 얼마나 놀랐던지! 주머니에 있는 동전이란 동전은 죄다 그 거지에게 줬다. 지하철 토큰까지.

아! 듣고보니 얼마나 쉬운 단어들인지. 그리고 문법도 정확히 맞아떨어지고, 심지어 복수 표현까지 정확하지 않은가. 발음도 사전에 나오는 발음기호 그대로였다. 그 날부터 나는 그 거지를 다시 보게 되었다.  :mrgreen:

되짚어보니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세로(그 분은 늘 서 계셨다), 같은 말을, 같은 크기로 하고 있던 그 분. 프로다. 최소한 이정도 드렸다………

 

또한, 영어가 얼마나 어려운지도 깨닫는 순간이었다. 그 날로 영어에게 항복했다. weep

아마 그 분은 오늘도 똑같이 되뇌고 있을 것이다. Share your coins, please! 혹시 만나시는 분 계시면 안부 좀 전해 주시길..

 

 

허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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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멘트(5)

  • 이양재 3 년 전에

    요즘 제가 전화영어 2주일째 하고 있는데 제 모습을 보는것 같아 저절로 웃음이 나옵니다..글 잘 읽었습니다..

  • Trackback: [좌충우돌 영어이야기2] How are you?! | 한국수력원자력 블로그

  • 김신 3 년 전에

    잘 읽었습니다^^

  • 윤영준 3 년 전에

    ㅋㅋ 재밌게 봤네…구수한 자네 입담이 그리워지네..

  • 김정민 3 년 전에

    ㅎㅎ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그 아저씨 저도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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