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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이나 생각에 따라 달라진다! ‘플라시보 효과’

  • 2015.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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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NP20150601_01

 

불과 일주일 전이 석가탄신일이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꿀맛 같은 연휴를 지낼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들은 이번 연휴 잘 보내셨나요?
석가탄신일 하니 불교에 대해 생각하다가 원효대사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원효대사는 당나라로 유학을 가던 길에 밤이 늦어 잠을 청하기 위해 들어간 동굴 속에서 자던 중에 갈증을 느껴 마셨던 물이 아침에 일어나보니 해골에 괸 물이라는 것을 알고 “진리는 결코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 이야기로 유명하지요.

해골에 고인 썩은 물(혹은 더러운 물)을 모르는 상태에서 달게 마셨던 원효대사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들의 마음에 따라서 같은 것이라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믿음이나 생각에 따라 달라지는 이러한 매커니즘을 이용한 심리효과가 있는데요.
바로 ‘플라시보효과(placebo effect)’입니다.

과연 플라시보 효과는 무엇인지 오늘 함께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플라시보 효과

 

◆ 믿으면 효과를 보리라!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50년대 협심증 수술법 중에는 ‘*내유동맥 묶음술(internal mammary artery ligation)’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이는 1930년대부터 이십여년간 유행했는데, 1955년 심장외과의인 레너드 콥(Leonard Cobb)은 이 수술법이 정말 효과가 있는 것인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그는 대담한 실험을 하였는데 환자의 절반에게만 실제로 시술을 하고, 나머지 반에게는 피부만 살짝 절개해서 수술 상처만 낸 것입니다.

그런데 두 집단 모두 가슴통증이 사라지는 결과가 나타났고, 석 달이 지나자 환자 모두 다시 가슴통증을 호소하였습니다.

즉, 내유동맥 묶음술이나 플라시보적 시술이나 모두 실질적 치료 효과가 없었고, 수술을 받았다는 것 자체가 통증을 완화시켰던 것입니다.

 

*내유동맥 묶음술(internal mammary artery ligation) : 흉골 부위를 절개해서 가슴 안의 내유동맥을 묶어버리면 심근으로 흘러가는 혈액이 증가하면서 협심증이 좋아지는 수술입니다.

 

이러한 현상을 플라시보 효과(placebo effect) 또는 위약(가짜약) 효과라고 합니다.

좋아질 것이라는 믿음과 기대, 그리고 왜 좋아질지에 대해서 나름의 생각이 합쳐져 약을 먹거나 수술을 받지 않아도 실제로 증상이 호전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가짜거나 속임수는 아닙니다.

최근 뇌영상학이 발전하면서 위약(가짜약)을 복용한 후 뇌를 관찰해 보니, 진짜 약을 먹었을 때와 같은 변화가 관찰되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곳 우리의 정신이 믿는 대로 몸이 반응한다는 것이 증명된 것입니다.

 

◆ 플라시보의 역사

플라시보(placebo)’라는 단어는 라틴어로 ‘좋아지게 하다, 만족스럽게 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14세기에는 ‘죽은 사람들을 위한 저녁 기도’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했는데, 이 단어가 의학적인 관련을 갖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1785년 발간된 『신의학사전(New Medical Dictionary)』의 기타 의료행위 항목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1794년 게르비(Gerbi)라는 이탈리아 의사는 이상한 사실을 발견했는데, 치통환자의 이에다가 벌레의 분비물을 발랐더니 환자의 68퍼센트가 1년 동안 치통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특별히 그 벌레의 분비물이 치통에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었지만, 게르비나 환자 모두 효과가 있을 것이라 믿었고 실제로 효과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플라시보’란 단어는 1800년대 초반부터 서서히 오늘날의 의미와 매우 흡사한 뜻을 가지게 되었다고 합니다.

 

근대의학이 자리 잡기 전에 흔했던 주술적 약이나 정체불명의 은밀한 약들은 사실 플라시보 효과를 기대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링컨 대통령이 총에 맞아 피를 흘리고 쓰러졌을 때 주치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치료는 ‘미라의 연고’를 바르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집트 미라의 가루가 간질, 종기, 발진, 골절, 마비, 편두통, 궤양 등에 효험이 있다고 믿었고, 구하기 어려운 귀한 것이기에 그만큼 만병통치약이라고 믿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위중할 때 주치의는 주저 없이 마술적 기적을 바라면서 미라 연고를 상처에 발랐던 것입니다.

만일 평소 그 연고를 사용했던 사람이 어떤 효과도 보지 못했다면 의학의 권위자인 대통령 주치의는 차마 그 연고를 쓸 생각을 하지 못했겠지만 그만큼 효과를 본 사람이 많았고, 또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던 것입니다.

 

◆ 믿으면 이루어지리라!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

실제로 존재하는 플라시보 효과는 도대체 어떻게 발생하는 것일까요? 치료를 위해 약을 먹거나 시술을 받은 사람에게 삶에 대한 그리고 완치에 대한 ‘희망’은 중요한 변화의 동력이 됩니다.

1957년에 브루노 클로퍼(Bruno Klopfer)가 보고한 사례가 그 예가 될 수 있습니다.
그가 치료하고 있는 환자 W는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신체 곳곳에 암이 전이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크레비오젠(krebiozen)’이라는 새로운 약이 개발 중이었는데, 언론에서는 이 약이 암을 정복할 수 있다고 연신 대서특필하고 있었습니다.

암환자인 W의 경우 암이 지나치게 진행된 상태라 이 약을 줘도 크게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었는 데도 불구하고 그 약을 처방받은 후 암이 줄어들면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급격히 호전되는 모습을 보였던 것입니다.

그러다 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에서 “크레비오젠이 기대한 만큼의 효과가 없다.” 라는 보도가 줄을 이었고, 그러자 W는 낙담을 하였고, 이후 신기하게 똑같은 약을 처방받았지만 몸무게도 이전보다 줄고 암도 다시 자라났습니다.

이에 놀란 의사들은 파격적인 시도를 했는데, W에게 더욱 강력한 신약이 개발되었는데, 이는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은 것이라 말하고 식염수를 넣은 주사를 놨는데, 이번에도 W의 병세는 호전된 것입니다.

암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커지기를 반복하는 일이 일어나듯이 정신이 어떻게 기대하는지에 따라 병세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입니다.

 

새로운 약이 개발되면, *이중맹검에 의해 위약과 신약의 대조군 실험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피실험자나 연구자 모두 이 시험에 참여할 때에는 자기가 ‘신약 군’에 포함되기를 기대를 하게 됩니다.

이 덕분에 실제로 결과를 보면 약 30퍼센트 정도는 위약을 복용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호전이 되었다고 보고합니다.
이는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 질환뿐 아니라, 고혈압 약과같이 객관적 측정이 가능한 약에서도 공통적으로 보고되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중맹검 : 약 효과 판정을 위해 피실험자나 연구자에게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하는 검사법

플라시보 효과에는 새로움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비용이나 희귀성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벨라돈이라는 가상의 새로운 진통제의 효능을 검사하는 실험에 참여한 성인들을 대상을 한 실험을 보면, 안내책자에 명시한 가격을 한 알에 2달러 50센트라고 한 집단과 10센트라고한 집단에서 통증이 줄어들었다고 보고한 사람들은 2달러 50센트 집단보다 반으로 줄어들었다고 합니다.

이는 곧 가격이 플라시보 효과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래서 난치병 환자들이 큰돈을 들여 효과가 증명되지 않은 민간요법에 매달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만큼 기대가 크고, 비싸니까 효험이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은 아닐까요?

 

플라시보 효과

 

◆ 플라시보 효과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어떻게 바라봐야 될까?

플라시보 효과는 ‘위약(僞藥)‘이라고 해서 ‘가짜 약을 줘서 일시적으로 속이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꽤 오랫동안 지속되는 효과하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전까지 미신과 주술, 사이비일 뿐이고, 말도 안 되는 일이라 믿었던 수많은 것들이 사실은 플라시보 효과의 일환일 수 있고, 실제로 기능해 효과가 있었다는 것을 현대의학이 발달한 오늘날에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과학적으로는 그 효과를 설명할 수 없는 것에 매달리면서 극적인 호전을 기대하는 난치병이나, 만성질환 환자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합니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을 부정하거나, 거짓말을 하는 게 아니라 플라시보 효과로 믿는 만큼 좋아진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좋게만 바라볼 만한 문제는 아닙니다.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어떻게 하면 플라시보 효과의 한계를 이해하게 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길로 돌아서게 해야하고, 또 플라시보 효과는 상태 호전의 정도에 있어서 명확한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도 있기 때문입니다.

플라시보는 신기루가 아니라, 우리 뇌 속에서 실현되는 정신작용의 일부입니다.

플라시보 효과의 진정한 의의는 의사가 환자의 고통을 인정하고 치료에 대한 적절한 기대를 갖게 하는 것이 의사와 환자의 관계 그리고 치료에 있어서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 점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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