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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의 과학 이야기 ‘초소형 인간’

  • 201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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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_초소형인간

 

영화 [바디 캡슐 Fantastic Voyage]을 보면 뇌출혈로 쓰러진 사람을 살리기 위해 최고의 의사를 깨알보다 작게 줄여 환자의 몸속에 넣는 장면이 나옵니다. 엄청나게 작아진 사람이 주사기 바늘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 백혈구와 싸우는 장면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또 예전에 EBS에서 방영했던 신기한 스쿨버스라는 만화를 보면 마법의 스쿨버스를 타고 선생님과 학생들이 작아져 사람의 상처를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 탐험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만화로 보아서 어렵지 않고 참 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오늘날에는 나노 기술의 발달로 내시경 기능을 갖춘 캡슐형 내시경 로봇이 있습니다. 영화에서처럼 사람의 혈관 속을 누빌 수 있는 초소형 비행선은 아니지만, 입으로 들어간 캡슐이 몸 속 식도와 위, 소장, 대장을 거치며 온갖 검사를 한다면 영화 속의 공상과학이 어느 정도는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과학기술이 더욱 발달한다면 사람을 축소하지는 못하더라도 사람 모양의 초소형 로봇을 만드는 것 정도는 기대해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사람 모양의 초소형 로봇, 만들 수 있을까?

적혈구나 백혈구는 직경이 채 10마이크로 미터도 되지 않습니다. 우리 몸에 비해 10만 분의 1 이상 작습니다. 영화에서는 백혈구와 싸우는 사람의 모습도 정상 크기의 사람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정말 사람이 적혈구만 한 크기로 작아져도 현재와 같은 모양일까요?

적혈구의 크기인 10만 분의 1미터의 물체는 우리 눈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습니다. 황사 바람에 날려 온 미세먼지가 대략 이 정도 크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볼 수 없는 세상의 일을 추측하기는 쉽지 않은데 그래서 크기에 따라 무엇이 달라지고 어떤 것이 중요한지 이해하려면 크기의 변화를 과학적으로 하나하나 따져볼 수밖에 없습니다.

크기 이야기가 나왔으니,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장 큰 동물인 코끼리와 가장 작은 동물 중 하나인 개미를 한번 비교해 보겠습니다. 코끼리와 개미의 생김새는 확연히 다릅니다. 굵은 통나무 기둥 같은 다리에 트럭 모양의 두툼한 몸통 그리고 파이프 호수처럼 길은 코를 가진 코끼리, 실낱같은 다리에 글자 그대로 ‘개미허리’의 몸매를 자랑하는 개미, 이 둘의 모습은 전혀 딴판입니다.

그런데 만약 코끼리만 한 개미가 있다면 어떨까요? 이제껏 알고 있던 개미와 크기 면에서 완전히 다른, 괴물로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집보다 더 큰 거미나 엄청난 크기의 전갈 모양 곤충은 공상과학 영화의 단골 출연자입니다.

하지만 정말 개미가 코끼리처럼 커질 수 있는지 생각해보면 우선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가 말이 되는지 알아보기 전에, 다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놓치기 쉬운 길이, 넓이, 부피의 관계를 한번 되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초소형인간

 

◆ 개미가 코끼리만큼 커진다면?

정사각형이 있습니다. 한 변의 길이가 1미터인 정사각형의 면적은 1제곱미터. 이 정사각형의 변의 길이를 2배로 늘리면 그 면적은 2의 제곱, 즉, 22=4제곱미터가 됩니다. 정육면체라면, 변의 길이를 2배로 늘렸을 때 그 부피는 2의 세제곱, 즉, 23=8 세제곱미터가 되죠.

다시 말해 길이가 N 배 커지면, 면적은 N2, 부피는 N3에 비례하여 커지게 되죠. N=2 인 경우는 길이: 면적: 부피=2:4:8에 불과하지만, N = 10이 되면, 길이: 면적: 부피=10:100:1000으로 각각의 차이는 훨씬 커지게 됩니다. 여기서는 제곱-세제곱 법칙을 정사각형과 정육면체를 통해 알아보았지만,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채 크기만 바뀌는 경우라면 물체가 어떤 모양이든 앞에서 살펴본 제곱-세제곱 법칙이 그대로 정확하게 적용됩니다.

개미는 1만3천 종 이상이 존재하는데, 채 1밀리미터가 안 되는 것부터 30밀리미터가 넘는 것까지 있다고 한다. 몸무게는 최대 10밀리그램 정도입니다. 우리는 그 중 중간 정도 되는, 길이 10밀리미터, 몸무게 6밀리그램인 개미를 골라, 그 크기를 변화시켰을 때 무게가 어떻게 바뀌는지 한번 생각해면, 먼저 이 개미를 170센티미터의 사람 키와 개미의 길이 비율은 N=1700mm/10mm=170이고, 부피 비율 N3=1703=4,913,000가 됩니다.

밀도가 일정하다면 질량은 부피에 비례하므로 사람만한 개미의 몸무게는 6밀리그램의 약 490만 배, 약 30킬로그램이 됩니다. 키 170센티미터 남자의 표준 몸무게 60킬로그램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개미를 사람만큼 키워 봤으니 이번에는 코끼리만 한 크기로 만들어보겠습니다. 코끼리도 여러 종이 있지만 아프리카코끼리 중 가장 큰 것은 키가 4미터에 몸무게가 7000킬로그램 정도라고 합니다. 이 코끼리와 개미의 길이 비율은 N = 4000mm/10mm = 400이고, 부피 비율은 N3 = 4003 = 64,000,000입니다. 개미의 몸무게가 6밀리그램이고, 코끼리만큼 키웠을 때의 부피 비율이 6천4백만 배이니, 그 둘을 곱해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의 몸무게를 구하면 384킬로그램이 됩니다.

사람 크기의 개미는 몸무게가 사람의 절반 정도(30kg/60kg) 되고, 코끼리 크기의 개미는 18분의 1 정도(384kg/7000kg)가 되는 셈입니다. 앞서 제곱-세제곱 법칙이 같은 모양에 같은 밀도를 갖는 경우라고 가정했습니다. 사람은 개미보다 팔다리와 몸통이 굵은데요. 코끼리는 사람보다 몸통이 훨씬 더 굵습니다. 이렇게 모양이 다른 것을 감안하면, 개미를 사람과 코끼리만큼 키워도 몸무게가 2분의 1과 18분의 1밖에 안 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만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코끼리만큼 커진 개미는 본래 코끼리보다 18분의 1 정도로 가볍기는 하지만, 이 커다랗고 날씬한 개미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자기 몸 보다 큰 나뭇잎을 들고 가는 개미. 사실 개미가 힘이 세 보이는 이유는 작기 때문입니다. 개미가 코끼리만큼 커지면 이런 힘을 발휘하기는커녕 일어설 수도 없습니다.동물은 근육의 힘으로 움직입니다.근육이 낼 수 있는 힘의 세기는 근육의 단면적에 비례합니다. 근육 운동을 많이 해서 알통이 커진 사람의 팔 근육은 단면적이 크기 때문에 큰 힘을 낼 수 있습니다. 만일 근육 모양을 그대로 유지한 채 몸의 크기가 N=2배로 커진다면 제곱-세제곱 법칙에 따라 근육 단면적은 N2=4배로 커지게 되고 힘의 세기도 4배로 커집니다.

개미의 경우, 같은 모양을 유지하면서 N=400배로 커졌다면 개미의 다리 힘은 N2=160,000배 커집니다. 6밀리그램의 개미가 자기 몸무게의 10배를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하면 60mg 중의 힘을 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384킬로그램의 개미는 잘해야 60밀리그램 중의 16만 배인 9.6kg 중의 힘을 낼 수 있습니다. 개미가 코끼리만 하게 커질 때 몸무게는 6천만 배 이상 늘어나는데 다리로 버틸 수 있는 힘은 겨우 16만 배밖에 커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 거대한 개미는 자신의 몸을 지탱할 수 없어 주저앉고 마는 것입니다.

 

초소형인간

 

◆ ‘제곱-세제곱 법칙’을 사용하면 일상생활의 과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영화 [바디 캡슐]에서처럼 형태는 유지한 채 사람의 크기만 줄일 수 있을까요? 적혈구는 개미보다 1천 배나 작고, 사람에 비하면 10만 배 이상이나 작습니다.

적혈구와 사람의 길이 비율은 N=1/100,000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람이 400배도 아니고 10만 배나 작아진다면 피부를 통한 열에너지 손실이 상대적으로 10만 배나 커지게 되므로 체온 유지는 불가능합니다. 한마디로 적혈구만한 크기의 사람은 생명을 유지할 수 없는 것이다.

길이, 면적, 부피의 크기 변화에 대한 추론은 물리학, 화학, 생물학, 수학, 공학 등 모든 과학 분야에서 기초적 개념의 시작점입니다. 또한 제곱-세제곱 법칙은 일상생활에 스며있는 과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이기도 합니다. 이 법칙을 이용하면 섭씨 영하 30도의 추운 겨울날 끓는 물을 뿌리면 곧바로 눈이 되어 내리는 이유도 알 수 있고, 커피포트의 물을 순식간에 끓이거나 식히는 원리도 밝힐 수 있습니다.

또 화력발전소에서 거대한 보일러에 물을 끓여 발전하는 것이 개인 주택에서 개별적으로 보일러를 돌려 전기를 만들어내는 것보다 효율적인 이유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이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현상에도 과학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비록 영화와 같이 사람을 줄이거나 크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더라고 사람을 대신할 로봇이나 기술들이 발전하여 긍정적인 일들에 사용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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