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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지속되는 오래된 공간_경주 양동마을

  • 2015.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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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형태는 다양할 수밖에 없다. 어느 것이 옳고 어느 것이 그르다 말할 수 없는 것은, 모든 것이 익숙해지기 나름이니까. 그래서 경주의 아주 오래된 삶의 공간, 양동마을을 찾은 사람들 중에는 불편해서 어떻게 살 수 있느냐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말이다.

 

기원전부터 시작된 역사

양동마을이 지금과 같은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인지에 대한 정확한 자료는 없다. 하지만 청동기 시대의 유적과 유물 등이 발견되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 기원전 4세기 무렵부터 이곳은 사람들이 생활을 이어오고 있었다고 추측이 가능하다. 그리고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한 것은 조선시대 무렵이었다.

이때부터 양동마을은 반촌(班村 : 양반이 모여 사는 마을)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경주 손(孫) 씨와 여주 이(李) 씨 두 성이 협력하며 500여 년 동안 역사를 이어온 것이 특이한 점이다. 보통의 경우 집성촌은 하나의 성씨로만 이루어지거나 다른 성씨의 가문과는 반목하는 경우가 많은 점에 비춰보면 이곳에서 터를 잡고 살아온 선조들이 얼마나 덕이 높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래서인지 양동마을은 경주뿐 아니라 전국의 어느 전통마을보다 옛 모습이 잘 간직된 곳이다. 1984년 중요민속자료 제189호로 지정된 데 이어 2010년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이런 양동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널따란 연못에 이제 막 꽃을 피울 준비에 한창인 연(蓮)밭이다. 하늘보다 더 푸른빛으로 반짝이는 연밭 뒤로는 여러 채의 기와집들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아래로는 소담스럽고 정겨운 초가집들이 말끔한 모습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맞이하거나 배웅하고 있다. 시간을 옮겨놓은 듯 도시에서의 번잡함과는 거리가 먼 양동마을. 이제 본격적으로 살아 있는 풍경 속으로 발을 들여놓아 보자.

마을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언덕 위 화려한 기와집은 향단(香壇)이라 불리는 집인데, 보물 제412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다. 양동마을 안에서도 특별한 공간이니 이곳에 대한 설명은 뒤에 이어가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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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집으로 이루어진 하촌의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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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혹 민속촌으로 착각하고 집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도 있는데, 이곳 가옥은 모두 살림집이니 조용히 둘러보자]

연밭을 왼편으로 끼고 걸어가기 시작하면 평민들이 모여 살던 하촌(下村)으로 들어서게 되는데 이곳은 거의 대부분 초가집으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이 초가집들은 지금도 지역 주민들의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는 공간이며 몇몇 곳은 연잎차나 한과, 조청, 유과, 엿 등을 판매하는 가게의 역할도 하고 있다. 만약 개를 좋아한다면 이 길을 따라 걷다 진돗개와 비슷하게 생긴 견종을 보고 반가운 마음이 들 텐데, 자세히 관찰을 해보면 꼬리가 짧은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 개가 바로 경주의 전통 개 동경(현지에서는 동견이라 불리는 게 일반적)이다. 동경은 이제 경주 외의 지역, 특히나 양동마을 바깥에서는 그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귀한 개가 되었는데, <동경잡기(東京雜記)>, <증보문헌비고(增補文獻備考)> 등의 옛 문헌에도 자주 등장하는가 하면 신라 고분에서 토우(흙으로 빚은 인형)로 발굴되는 등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큰 견종이다. 다만 현재는 단 300여 마리밖에 남지 않아 더 철저한 보호와 관리가 요구되고 있으니 직접 만나게 된다면 한 번쯤 잘 관찰해보자.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을 잘 따르는 특징을 갖고 있어 낯선 사람에게도 사납게 굴지 않으니 크게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

 

소나무 사이 기와집 속으로

하촌과 달리 상촌(上村)은 양반들이 살던 곳이었다. 그래서 언덕을 올라가는 동안에는 여러 채의 기와집들을 만날 수 있는데, 모두 저마다의 역사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집들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지금의 자리를 지키고 있을 소나무 사이로 여유롭게 걷는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각별한데, 특히 수졸당에 이르는 길이 그러하다. 회재 이언적 선생의 넷째 손자인 이의잠이 1616년에 창건한 이 집은 집주인의 호를 따라 수졸(守拙)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는데, 건축학적으로도 의미가 깊은 집이다. 하지만 풍경에 취한 여행자들에게는 학문적 관심을 기울이기보다는 그저 있는 그대로 보고 감상하는 편이 더 좋은 선택인 데다 내부는 생활이 이루어지고 있어 공개하고 있지 않으니 동산의 소나무 숲을 거니는 것이 훨씬 더 훌륭한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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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보다 오래됐을 소나무, 그 너머의 집마다 사연이 담겨있다/ 마을 곳곳에는 한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소품이 있다]

경주 남산의 소나무들만큼 굵은 아름드리나무들은 아니지만, 이곳의 소나무 역시 오랜 수령에서 배어 나오는 고즈넉함으로 양동마을 전체를 넉넉하게 감싸고 있다. 그러니 그런 나무들 아래에 앉아 잠시나마 발걸음을 쉬고 깊게 숨을 들이마시는 것이, 어쩌면 이 오래된 마을과 교감하는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역사와 전통 속에서의 하루

앞서 양동마을 입구에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향단에 대해 이 마을 안에서도 가장 특별한 집이라 언급했는데, 그건 향단이 한국관광공사에서 인증하는 ‘명품고택’으로 선정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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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고택으로 지정된 향단]

원래 향단은, 퇴계에 의해 동방사현(東方四賢) 중 한 명으로 추모의 대상이 된 이언적 선생이 경상감사로 재직하게 되자 노모가 좀 더 편히 지내시게 하도록 당시 임금이던 중종의 명령 하에 지어진 집이다. 최초 건립 당시에는 99칸이었지만 한국전쟁 당시 일부가 소실되어 현재는 56칸만 남아 있다. 하지만 이곳의 내외부는 여전한 아름다움과 기품, 그리고 특색을 간직하고 있다.

보통의 상류 주택이 가장 바깥에 대문과 행랑, 그 뒤로 사랑, 그 뒤로 안마당을 두고 안채가 가장 뒤로 물러서 있는 반면, 향단은 행랑과 사랑, 안채가 모두 한 몸체로 연결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집안의 내부구조 역시 경사를 이용해 층층이 쌓아올린 특이한 모습을 하고 있어 자칫 집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을 정도다. 게다가 조선시대 때부터 이어져 온 각종 살림살이들이 고스란히 간직되어 있어 보물창고 같은 느낌이 든다. 명품고택으로 인증받은 이후 공식적으로 숙박예약을 받고 있는데, 현재 숙박이 가능한 방은 총 15개라고 한다. 다만 기와집이라고는 해도 500여 년 전에 지어진 집이기에 지금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불편한 부분이 없지는 않다는 점을 미리 염두에 두자. 특히 화장실이나 샤워실 이용은 일반 숙박시설과 다르다는 사실을 기억해두는 편이 편안한 하루를 보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향단에서는 10명 이상의 단체를 대상으로 연꽃차를 이용한 다도체험과 한복입기 등의 예절체험, 한지를 이용한 목판체험 등의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고 있으니 마음이 맞는 일행과 함께 고즈넉한 공간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양동마을은 시간이 멈추어버린, 박제된 전시공간이 아니다. 여전히 삶은 그곳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적지 않은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을 지금까지 지키며 살아오고 있는 생활의 터전이다. 그래서 어쩌면 잘 꾸며놓은 민속촌 등과는 그 분위기가 다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서 양동마을의 가치는 더욱 크다.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먼 옛날부터 우리의 아이들, 그리고 그 아이들의 아이들이 우리만큼 자랄 어느 날까지 양동마을은 세상에서 가장 오랜 이야기를 지니고 지금처럼 오롯이 빛날 테니 말이다.

 

baloon여행칼럼니스트 정환정의 경주 이야기 보기

>>> 경주의 파도소리길을 걷다_부채꼴 주상절리 http://blog.khnp.co.kr/blog/archives/18153

>>> 경주의 멋, 바람을 가르다_문화재 http://blog.khnp.co.kr/blog/archives/17621

 

– 글/사진 : 정환정 (여행칼럼니스트)

– 원본글보기 : 수차와원자로 2015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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