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블로그
삶에 활력(力)을 더하는 이야기
모바일메뉴 열기
검색창 닫기

소년 같은 마음과 엉뚱한 상상력으로 삶을 담는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 2015.10.21.
  • 1849
  • 블로그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 인쇄

밥장2

대기업 샐러리맨 출신의 성공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십여 권의 책을 쓴 작가, 그리고 여행 큐레이터.
이 다채로운 수식어는 모두 ‘밥장’을 향해 있다. 한 가지 분야를 잘하는 것도 어려운데 그는 아무렇지 않게 늘 새로운 영역으로 뻗어나간다. 호기심 어린 얼굴로 끊임없이 세상을 탐구하는 남자, 밥장을 만나보았다.

 

밥장은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졸업 뒤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다가 어느날 그만 두고 그림쟁이가 되었다. 단순히 그림만 그리는 것이 아니라 클라이언트, 마케팅 기획사와 함께 아트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하고 재능기부 형식의 컬래버레이션도 진행한다. 그는 모든 일러스트레이터들의 워너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업실에 들어서자 얼마 전에 출간된 그의 책 <맥주 맛도 모르면서>가 책상 위 올려져 있었다. 자연스럽게 근황을 물었다. “얼마 전에 나온 책이에요. 친구들이랑 맥주를 마시다 보니 맥주에 대해 궁금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했죠.” 밥장이 맥주를 마시다가 쓰게 된 <맥주 맛도 모르면서>는 맥주를 좋아하고 더 즐기고 싶은 보통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잘 알려져 있지 않던 세계 맥주의 비하인드 스토리와 맥주에 얽힌 역사적 사실, 문화적 변천사를 빼놓지 않고 친절하고 꼼꼼하게 다루고 있다.

이제 막 출간된 책에 대한 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 그는 준비하고 있는 다음 책에 대해 이야기했다. 책이 출간되고 인터뷰를 하기까지 고작 두 달 남짓 사이에 몽골과 일본으로 두 번의 여행을 다녀왔고, 다음 책의 원고 작업을 마쳤다고 했다. 누구보다 느긋한 표정으로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행동하고,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기획한다.

대체 이렇게 쉴 새 없이 ‘일을 벌일 수 있는’ 그의 에너지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밥장3

[살고 있는 아파트에 밥장이 그린 아이들의 벽화. 처음에는 다른 벽화를 그리려고 계획했는데, 동네 아이 한명이 자신을 그려달라고 한 것을 시작으로 동네 아이들 모두의 얼굴을 그리게 되었다]

끊임없는 에너지의 원천, 어린아이 같은 마음

그림을 좋아하다 보니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었고,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여행큐레이터가 되었으며, 기록을 하다 보니 작가가 되었다. 이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하게 된 원동력을 그는 ‘호기심’으로 함축했다. “어린아이, 소년 같은 마음을 가지려고 해요. 재미있으면 그냥 해 봐요. 여러 가지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돼요.” 뒤를 생각하지 않고 일단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밖에서 보는 것과 직접 하는 것은 차이가 있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기면 일단 직접 해 보는 것이다. 방송도, 여행도 그는 그렇게 시작했다.

멋있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성공한 예술가의 ‘속 편한 소리’처럼 들린다. 말은 쉽지만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하면서 살 수 있는 사람이 우리 주위에 얼마나 되던가. 이런 의문에 밥장은 “자기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을 이어갔다.

일러스트레이터가 되기 전, 밥장은 대기업 샐러리맨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었지만, 정작 모범적인 삶이 그에게 안겨다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모범적 삶의 배신에서 깨달았다. 다른 사람이 규정한 틀에서 살면,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도 받지 못한다는 것을. 그래서 이제 그는 어린아이 같은 눈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자신의 모습으로’ 산다.

 

밥장6

[믿는구석이라 불리는 밥장의 작업실. 그의 작업공간이자 미팅 공간, 그리고 친구들이 편안하게 드나드는 작업실]

매너리즘을 이기는 방법, 여행

아무리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산다고 해도,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는 이상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을 리 없다. 밥장도 마찬가지다. 10년 동안 일러스트를 그리다 보니, 스스로 그림을 뽑아내는 프린터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 때 밥장은 여행을 떠난다.

다른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면 새로운 시야가 열려요. 그냥 살던 대로 살면 삶을 TV 시청하듯 무감각하게 살게 되죠. 하지만 여행을 하다 보면 낯선 환경에서 감각이 예민해지고, 새로운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돼요. 이 감각을 가지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이전에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밥장4

[1. 노트안에 빼곡하게 기록된 글. 여행지에서 순간순간의 기억을 고스란히 담는다./ 2. 여행에서 그가 기록한 노트. 한번의 여행에서 한권의 노트를 완성한다/3. 그의 노트에는 각종 지도와 티켓, 스티커가 빼곡히 붙어 있다.]

나를 만드는 방식, 기록

여행 이야기를 하면서 그는 책꽂이 한편에 빽빽하게 꽂혀있는 몰스킨 노트를 꺼내 보여주었다. 한 번의 여행을 갈 때 한 권의 노트를 채운다고 했다. 노트에는 여행지에서 받은 지도와 티켓이 붙어 있고, 그림책처럼 다양한 일러스트와 빼곡한 글씨가 채워져 있었다. 밥장은 여행을 다니면서 자신을 만드는 방법이 ‘기록’이라고 말한다.

“기록을 하면 그 순간을 생동감 있게 기억할 수 있어요. 기록한 것들을 보고 있으면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대화를 나누었는지 생생하게 느껴지죠. 회사 다닐 때도 기록은 많이 했지만, 대부분이 일에 대한 기록이었어요. 내가 봐도 재미가 없었죠. 미팅 일정, 납품 일정…. 내가 죽고 나중에 제 아이들이 이 기록을 보면 이 아저씨는 일생을 납품만 했구나, 할 것 같은 생각이 들더군요. 씁쓸했어요. 그래서 2008년 4월 1일 이집트에 갔을 때, 비행기 안에서 기록을 시작했죠. 여행 중 내가 만난 모든 사람, 그 순간 나의 생각을 적고 그렸어요. 한참 뒤에 기록한 것을 다시 봤는데, 제가 쓴 것인데도 새로웠죠. 내가 이런 생각을 했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한 권, 한 권 쌓인 것을 모으니 하나의 히스토리가 되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준비하고 있는 다음 책의 주제는 ‘기록’이란다. “기록은 그 무엇으로도 바꾸지 못하는 힘을 지녔어요. 조금씩 기록해 나가다 보면 내가 누구인지, 내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까지 찾아갈 수 있죠.”

그래서 그는 보기보다 담기, 찍기보다 쓰기와 그리기를 권한다. 여행은 기억의 합이고 기억은 기록으로만 가능하므로. 여행을 통해 그가 찾은 것은 바로 ‘즐거움’이다. 즐겁지 않으면 돈이나 명예가 따라와도 결국엔 의미가 없다는 그는 여행하고 책을 쓰며 즐겁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끊임없이 말하고, 끊임없이 탐구하고, 또 끊임없이 그리고, 글쓰는 남자, 밥장. 삶과 사람에 대한 에너지로 가득한 그의 다음 행보가 기대된다.

 

– 글 : 이한나/ 사진 : 권용상

– 원본글 : WATT 창간준비호

 

0

댓글 남기기

블로그지기
블로그지기
한수원의 생생한 소식과 한수원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