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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버스

  • 2015.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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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1

400일, 5만 km, 27개국, 130개 도시,
만난 사람 8000명. 이건 그의 첫 번째 기록에 불과하다. 푸드트럭 하나로 한국 음식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김치버스 대표 류시형.
서른세 살 청년의 무모한 도전은 꿈이 되고 현실이 되었다.

자신을 소개하기를 ‘대책 없는 낙천주의자’라고 해서 웃음기 만발한 동네 청년으로 예상했다. 그런데 첫인상이 꽤 날카롭다. 내일 경기도 분당에서 팝업 스토어를 연다. 그곳 인력 구성 문제나 기타 여러 가지 일들 때문에 머릿속이 조금 복잡하다. 아무래도 사업이니까 신경 쓸 일들이 많이 생긴다.

이 푸드트럭의 히스토리가 류시형을 말해줄 것 같다.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대학에서 조리학을 전공했고, 지금은 푸드트럭에서 한국 음식에 기반한 멕시칸 퓨전 음식을 개발해 판매 중이다. 김치버스는 내가 개발한 한국 퓨전 음식을 세상에 전달하는 매개체다. 세계 투어는 후원을 받아 비영리로 운영하고, 이 복합쇼핑몰의 푸드트럭은 개인 사업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한다. 세계 투어를 하고 나니 김치버스가 노후화되어 더는 이동이 불가능했다. 마침 푸드트럭을 콘셉트로 하는 섹션이 있어서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버스로 입점하게 된 것이다.

올해 김치버스 시즌 4를 마치고, 2016년 시즌 5를 기획 중이다. 시즌마다 달라진 것은 무엇인가? 첫 투어 시즌 1은 2011년부터 2012년까지 400일간 세계 일주를 했고, 2013년 시즌 2에는 국내와 일본을 다녔다. 2014년 시즌 3에는 북미 LA와 남미를, 올해 시즌 4는 이탈리아 밀라노를 다녀왔다. 시즌 5는 지금 기획 중이어서 비밀이다. 투어를 나가면 음식만 파는 것은 아니다. 시즌 1은 김치버스를 갖고 떠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시즌 2, 3, 4는 김치버스를 알리기 위해 떠난 것이었다. 시즌 2에서는 김치 모형 같은 것을 만들어 전시도 하고, 시즌 3에서는 김장을 소재로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볼거리를 제공했다. 시즌 4, 5에서는 윷놀이, 사물놀이 등의 퍼포먼스를 통해 한국의 문화를 조금 더 알릴 예정이다.

김치2

한국문화홍보대사가 되었다. 처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었나? 아니다. 대학 졸업하고 백수 생활을 하면서 사업을 구상했다. 그게 김치버스였다. 조리학과를 나왔기 때문에 요리를 이용해서 뭔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 그냥 회사에 취업해서 미래를 꿈꾸지 못하고 매일 쳇바퀴 돌듯이 사는 것에 일찍부터 회의가 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버스였는데,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김치버스로 세계 투어를 하기까지의 과정이 험난했다고 알고 있다. 어떻게 떠나게 되었나? 김치로 퓨전 음식을 만들어 세계를 다니며 요리를 선보이고 문화도 알린다는 명확한 콘셉트가 있었고 반드시 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가혹하기 짝이 없었다. 처음부터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으면 절대 성사될 수 없는 일이었다. 버스를 사는 것부터가 돈 아닌가. 돈 문제에 부딪히니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일이 늦어지고 꼬이는 게 다반사였다. 일이 늦어지니 함께할 스태프들도 떠날 수밖에 없고. 상상하지도, 예상하지도 못할 여러 난관을 겪다가 4년 만에 투어를 하게 됐다. 그땐 정말 믿기지가 않더라.

4년이라면 짧지 않은 시간인데, 그 연속된 실패의 시간을 어떻게 견뎠나. 믿는 구석이라도 있었나? 믿는 구석이라곤 나 자신뿐이었다. 다른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하면 분명히 될 것 같다는 확신이 섰기 때문에,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지만 포기할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즐겁고 행복하고, 그래야만 미래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일을 하면서 행복해지는 것을 제1의 가치로 여겼고, 부단히 앞으로 나아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평범하지 않다고 하는데, 사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 것뿐이다. 그런데 실패를 거듭하면서 더 단단해졌다고 할까. 내면의 힘을 키운 것 같다. 어떤 일을 겪어도 불가능을 생각하지 않게 된 점이다.

그래도 외국에 오래 있다 보면 극한 상황에 놓일 일이 더러 있지 않은가? 출발하기까지 여러 시련을 겪은 터라 죽어도 가서 죽겠다는 비장함이 있었기 때문에, 나쁜 상황은 종종 맞닥뜨렸지만 투어를 포기할 만큼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사실 현장에서 가장 힘든 사건 사고는 버스가 고장 나는 것이다. 우리에게 버스는 전부다. 버스에서 음식을 만들고, 버스로 이동하면서 사람을 만나고, 버스가 주는 이미지로 주목을 받는다. 그런데 버스가 고장 나면 모든 것이 멈춰버린다. 그래도 힘겨운 시간들은 언젠가는 지나가더라.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된 것은 김치버스를 시작하기 전에 오랜 무전여행의 경험에서 얻은 무형의 자산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였다.

투어 하면서 행복하거나 보람 있었던 순간이 많았겠다. 지금 떠오르는 한 가지를 말해준다면? 외국 무전여행 때 유랑 걸식하면서 도움을 받은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데 김치버스로 세계 투어를 하면서 그 친구들을 다시 만난 것이다. 그 친구들의 회사에 찾아가 우리 음식을 대접하고, 집에 찾아가서 홈파티도 하면서 우정을 나눴던 순간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런 경험들이 김치버스를 세계 곳곳, 구석구석으로 끌고 가는 에너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투어를 끝내고 달라진 것이 있나? 시즌 1을 성공적으로 끝내면서 인지도가 높아지고, 사람들의 시선도 많이 바뀌었다. 우선 투어를 함께하자고 제안하는 곳이 많아졌다. 첫 테이프를 잘 끊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강연이나 책을 내자고 하는 곳도 많아졌다. 나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 주변의 반응을 보니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뿐이다.

<26유로>, <400일간의 김치버스 세계일주> 두 권의 책을 낸 작가이기도 하다. 책을 쓴 이유가 있나? 처음엔 사람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재미있어서 책을 내기로 결심했다. 사진 찍는 걸 워낙 즐거워하고, 그때의 사건이나 감정을 잊을까 봐 메모도 해놓는다. 이것을 바탕으로 사람들에게 여행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그런데 세상에 쉬운 일은 정말 하나도 없더라. 원고를 퇴짜 맞기도 하고, 계약이 엎어지기도 하면서 우여곡절 끝에 3년 만에 책이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첫 책은 힘들게 나오더니 두 번째 책은 잘 풀려갔다. 책을 쓰는 것은 절대로 쉬운 일은 아닌데, 나오면 참 뿌듯하다. 그래서 사진을 찍고 메모를 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김치3

 [현재는 건국대 앞 커먼그라운드의 푸드 트럭 섹션에 입점해 있다. 빨간색의 김치버스는 항상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

김치버스 운영 외에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혹시 롤모델이 있나? 제2의 백종원 같은 요식 사업가를 꿈꾸나? 대외적으로 김치버스를 알리는 일에는 발 벗고 나선다. 시간이 날 때마다 강연을 하고 인터뷰도 하면서 김치버스를 알린다. 2012, 2013년 광주세계김치문화축제에서는 김치문화대사로 위촉되어 활동을 했었고, 문화관광부장관상도 받아 홍보도 열심히 하고 있다. 그러나 딱히 롤모델이 있는 것은 아니다. 더 사실대로 말하면 난 부러운 사람도, 되고 싶은 사람도 없다. 저마다 살아온 인생이 다르고 살아온 과정도 다른데,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 것도 아니잖은가. 모두 저마다의 꿈이 있고, 경험이 다르고 인생의 모양이 각양각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고 싶은 길, 내가 꾸고 싶은 꿈을 꾸고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는 것이다.

오는 2016년의 계획은? 개인적으로는 스물다섯 살에 시작한 프로젝트가 8년째 이어져 서른을 넘겼고, 세상을 돌아다니던 열혈 청년 류시형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었다. 그렇지만 변함없이 김치버스를 이어가는 것이다. 특히 한국에서 좀더 인지도를 높이고 확장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많은 곳에서 불러주어서 유명해진 듯하지만, 아직도 김치버스를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다. 김치버스를 더 많은 사람들이 알면 좋겠고, 우리나라 여러 곳에 김치버스가 있으면 좋겠다. 나 역시 처음의 그 열정과 에너지를 잃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 editor 윤지영/ photographer 권용상

– 원본글 : 사외보 창간준비호 ENER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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