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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가 들어맞는 놀라운 효과, ‘바넘 효과’

  • 2015.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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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1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계신가요?

자신에 대해서 마음속으로 가만히 생각해 봅시다. 그리고 가만히 이 글 위에 손을 얹어보세요. 이 사이트는 스마트폰을 통해 손끝의 지문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혹시 PC버전으로 보고 계시면 모바일로 다시 들어와 주세요!) 그리고 손을 얹어놓는 30초 동안 당신 자신에 대해 집중하고 깊이 생각해주세요.

이제 당신의 마음을 읽어보겠습니다.

ㄴ2

“당신은 타인이 당신을 좋아하길 원하고, 존경받고 싶어하는 욕구를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에게는 비판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성격에 약점은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이러한 결점을 잘 극복할 수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아직 당신이 발견하여 사용하지 못하는 숨겨진 훌륭한 재능이 있습니다. 외적으로는 당신은 잘 절제할 수 있고 자기 억제도 되어 있습니다만 내면적으로는 걱정도 있고 불안정한 점이 있습니다. 때로는 올바른 결단을 한 것인가, 올바른 행동을 한 것일까 하고 깊이 고민하기도 합니다.

어느 정도 변화와 다양성을 좋아하고, 규칙이나 규제의 굴레로 둘러싸이는 것을 싫어합니다. 자기 자신을, 다른 사람들의 주장에 대해서 충분한 근거가 없다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는 독자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으로 자랑스러워하고 있습니다. 종종 당신은 외향적이고 붙임성이 있으며 사회성이 좋지만 가끔은 내향적이고 주의 깊고, 과묵한 때도 있습니다. 당신의 희망 중의 일부는 좀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어때요? 제가 당신에 대해 조금은 잘 짚어냈나요?

만약 맞다고 생각하셨다면, 후후후. 감쪽같이 속으셨네요.

ㄴ3

이건 버트럼 포러라는 미국의 심리학자가 1948년에 자기 교실의 학생들에게 실시한 심리 검사의 답안지입니다. 그는 성격검사에 응답한 모든 학생들에게 똑같은 답변을 보내고, 이 답변이 얼마나 맞는 것 같은지 점수로 채점해 보게 했어요. 그러자 학생들은 5점 만점에 4.26점이라는 엄청난 점수로 다들 자기 성격이 딱 이렇다고 응답했습니다!

버트럼 포러는 천궁도를 기반으로 한 별자리 점에서 이런 저런 말들을 끌어와서 저 답변을 만들었다고 해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런 글들은 다 맞는 말일 수밖에 없어요. 사람의 성격에 어떤 경향성이 강할 수는 있어도 다른 경향성이 아예 없을 수는 없거든요. 누구라도 어떨 때는 적극적이지만 어떨 때는 내성적이고, 어떤 순간에는 불안정하지만 어떤 순간엔 편안하잖아요. 인간의 심리란 아주 다층적이고 환경의 영향을 여러 가지로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당신은 A이기도 하지만 B이기도 합니다.” 라고 말하면 약간의 배경만 깔아줘도 “진짜 내 얘기 같아!” 라고 생각하는 게 사람이라는 거죠.

이름이 바넘 효과로 붙여진 이유는 ‘바넘’이라는 유명한 서커스 업자가 한 말 때문인데요.

“우리는 모두를 만족시키는 ‘무언가’를 알고 있다.(We’ve got something for everyone.)”

이런 말들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간파한 심리학 이론입니다. 일반적이고 모호한 것들은 아무 데나 붙여도 말이 된다는 거죠. 한국 말로 하자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ㄴ4

글을 쓰고 있는 저는 혈액형이 A형입니다. 하지만 어릴 때는 심심하면 A형이 아니라 AB형이라고 거짓말을 하곤 했어요. 그러면 사람들은 맞장구를 치면서, 역시 그럴 줄 알았어. 넌 진짜 AB형 같다고 하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에도 그런 사례는 정말 많아요.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두개골의 생김새로 성격을 진단할 수 있다는 ‘골상학’을 반박하기 위해서 여러 이름으로 골상을 감정 받은 다음에 그 감정의 결과가 서로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공개한 적도 있습니다. 결국 골상학 자체가 완전히 사기였다는 거죠.

ㄴ5

물론 혈액형 점이나 별자리 점, 혹은 사주 같은 것을 보는 사람들이 그걸 백퍼센트 신뢰하면서 그걸 기반으로 삶을 계획하는 일이 많지는 않을 거예요. 대부분은 “그냥 재미로” 보는 거겠죠. 왠지 맞는 것 같다는 그 기분까지도 즐거움의 일부일 거구요. 하지만 우리들의 마음이 이렇게 속기 쉬운 거라는 걸 우리는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거기다 이런 식의 바넘 효과가 개인이 아니라 집단이 대상이 되면 조금 더 위험해집니다. 이를테면 ‘한국인은 대체로 열심히 일하지만 가끔 스스로를 놓아버리는 경향이 있다.’ 같은 문장을 생각해 보세요. 그렇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은 집단으로 상정된 이미지가 어떤 식으로 형성될까요.

사실 이렇게 말하는 저 자신도 별자리 점을 엄청나게 좋아해서 심심하면 별자리 관련 책을 들여다보고, 진짜 나 이런 것 같다고 중얼대곤 합니다. ‘염소자리는 성공을 향해 매진하는 타입이지만, 로맨스에 약하다.’ 같은 문장을 보면서요. 하지만 그렇잖아요? 사자자리는 성공하는 거 안 좋아하냐고!

ㅇㄴㅇ

곧 2016년이 다가옵니다. 다들 재미로 사주보러 가실 거, 다 알아요. 토정비결의 문장들을 읽는 것도 아주 즐거운 일입니다. 그렇지만 그 문장들 사이에 바넘 효과가 여러분의 마음을 도사리고 앉아있어요. 너무 나쁜 점괘인 것 같아서 시무룩해질 때면, 기죽지 말고 바넘 효과를 기억하세요!

2016년 파이팅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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