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블로그
삶에 활력(力)을 더하는 이야기
모바일메뉴 열기
검색창 닫기

SUCH A GREAT LOVER 사랑꾼은 힘이 세다

  • 2016.04.12.
  • 695
  • 블로그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 인쇄

한 TV 예능프로그램에서 개그맨이 자신의 아내에 대한 ‘밑도 끝도 없는’ 애정을 과시하다 ‘사랑꾼’이라며 놀림을 받는 장면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팔불출 같은 웃음을 짓는 그 덕분에 모든 출연자가 박장대소하며 프로그램이 마무리되었지요.
그런데, 짧은 웃음의 끝에 조금 씁쓸한 잔상이 남았습니다. 언제부터일까요? 썸, 그린라이트, 사랑꾼. 로맨스의 징후를 가늠하는 수많은 신조어가 탄생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사랑이라는 단어 앞에 조금은 멋쩍고 어색합니다.
SNS에 해시태그 달린 연애담이 넘쳐나고, 종일 TV에서 수많은 연애의 메뉴얼을 늘어놓는데도 그렇습니다. 어쩌면 요즘의 우리는 마치 일어나지 않을 혁명을 이야기하듯 사랑을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요. ‘뭐야, 오글거려’라는 말 속에는 사실 어떤 자포자기가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사랑은 나의 변화를 결정짓습니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더 이상 어제의 내가 될 수 없습니다. 나는 소중한 사람이 되었고, 그러므로 이제 정말 소중해져야 하는 것입니다. 떨어진 작은 물방울이 수면 위에 끝없는 원을 그려내듯 놀라운 기적이 일어납니다. 한 마디 단어로 완전한 변화를 일으키는 사람, 그러므로 사랑꾼은 누구보다 힘이 셉니다.

사랑꾼2

언젠가는, 우리도 / 숲 속 작업실 후가에서 나무 깎는 부부, 임주현&용형준 나무작가
여기 두 사람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면 둘뿐이고 저녁 일과를 마칠 때도 둘뿐이다. 산허리에 해가 뜨고 질 때까지 두 사람은 머리를 맞대고 하루를 계획하고 마무리한다. 나무 냄새 가득한 산중에서 누리는, 두 나무작가의 조용하고도 소란한 삶

해발 570m, 울창하고 평안한 숲 속에서

‘이곳에는 어제 오후부터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두 번 찍고 오셔야 해요. 여러 갈래의 길을 안내해서 간혹 산속에서 길을 잃어버리시는 경우가 있거든요.’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은 저녁, 산중에서 온 메일은 고즈넉하고 다정했다. 그 내용대로 마을 입구부터 많은 눈이 쌓여 있었다. 눈길에 바퀴가 빠져 고생하기를 몇 차례, 짧은 통화 후 누군가가 커다란 차를 몰고 내려왔다. “거기 괜찮아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낸 사람은 용형준 작가, 희디흰 눈비탈에서 만난 두 나무작가와의 만남은 그렇게 반가웠다. 소복이 눈 쌓인 등성이를 지나자 나타나는 아담하고 낮은 지붕 두 채. 하나는 작업실, 하나는 두 사람의 집이다.
“해발 570m 정도 돼요. 집 짓고 산 지는 13개월 정도 됐고요. 예전엔 주변에 집도 없고 포장도로도 없었는데 그래도 이제 길이 좀 닦였죠.”
나무공방 후가Hugga는 13.5평 크기의 아담한 개인작업실, 두 사람이 사용할 최소한의 면적을 계산하여 만들어졌다. 작은 문을 들어서면 양옆에 창문이 두 개, 책상 두 개다. 쌓인 눈에 반사된 이른 봄 햇살이 창문을 타고 들어와 따뜻하고 환하다. 책상 위에는 만들다 만 목각인형들이 제각기 햇살을 반기거나 찡그리며 다양한 표정을 짓고 있다.
“후가는 스웨덴어로 도끼나 칼을 이용해 나무를 쪼개거나 판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저희는 나무 위에 칼이 지나간 자국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작업 후 사포마감을 하지 않아요.”
칼집과 도끼날 자국이 그대로 남은 후가의 작품은 그래서 특별하다. 온라인으로만 주문을 받고 작업하지만 의뢰가 끊이지 않는 것도 후가만의 특별함 때문일 테다. 작품마다 다르긴 하지만 생목으로 작업하는 커다란 나무 그릇 같은 경우에는 마르는 데만 두 달이 걸린단다. 곰팡이가 생길 수도 있고 마르는 속도에 따라 뒤틀림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도 허투루 다룰 수 없다. 조금 느릴지 모르지만, 후가가 만드는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남편은 깎고, 아내는 칠하고, 그다음에는

7년 연애, 그리고 결혼. 다소 긴 연애 끝에 두 사람은 결혼했다. 집 꾸미기를 좋아하는 아내, 그리고 자동차 정비를 업으로 하는 남편. 평범하다면 평범한 생활을 이어온 두 사람이 나무에 눈뜨게 된 건 잡지 한 장을 접한 이후였다.
“어느 날 잡지에서 발견한 산타 목각인형이 정말 예쁜 거예요. 너무 갖고 싶은 마음에 이거 하나 만들어 줄 수 있냐고 물어봤죠. 사실 만들어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그 말이 남편에게는 ‘살면서 가장 고마운 일’이 됐다. 퇴근길에 주운 나무토막으로 남편은 그럴싸한 산타 목각인형을 만들어 왔고, 아내는 나무에 색을 입혔다. 하나가 완성되면 다시 남편은 깎았고, 아내는 칠했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그것으로 집을 장식했다. 재미가 생기고 흥미가 생겨 시작한 일은 2008년 공모전 금상 수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상금이 500만 원이었어요. 저희가 공부하고 싶어했던 스웨덴 학교 일주일 단기 코스를 수강하고 조각가 박물관 견학까지 하면 2주가 걸리는데, 그 경비가 딱 500만 원이었거든요.”
스웨덴의 전통 수공예학교 ‘세테르글랜탄’의 일주일 단기 코스 마지막 날, 남편은 아내에게 ‘앞으로 평생 나무 깎으며 살고 싶다’고 고백했다. 3년간의 공부와 사업체 준비를 마치고 귀국했을 때, 둘은 부부를 넘어 나무작가 동료가 되어 있었다.

우리는 우리에게 딱 맞는 방식으로

“왜 안 싸워요. 싸우죠. 둘 다 나무를 하니까 안 싸울 수가 없어요.”
고적한 산속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둘이서만 생활하는 삶. 낭만적이지만 사업을 함께하는 동료와 함께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 자연히 서로 피드백을 주게 되고, 때로는 입에 쓴 이야기도 한다고. 맘 상하는 이야기를 했다가 입을 굳게 다물고 하루를 보낼 때도 있단다. 그렇지만 그들 말대로, 함께 24시간 붙어 있을 수 있는 이유는 ‘지지고 볶아도’ 닮은 면이 더 많기 때문이다.
“편안하고 단순한 스타일 좋아하는 거, 그게 닮았어요. 작업하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좋아하는 나무작가도 비슷하고 이렇게 산속에 들어와 살아도 둘 다 지루함을 느끼지 않아요.”
정비사 시절 멋모르고 나무를 깎기 시작했을 때, 사실 임주현 작가는 칼에 손을 베이고 나무 조각에 찔려 다치는 남편을 걱정했다. 그러나 어느 날 새벽녘, 잠에서 깨어 나무 깎기에 몰두한 남편의 모습을 보고 그녀는 생각했단다. ‘여기서 막으면 안 되겠다’. 그리고 용기 있게 다음 삶으로 함께 발을 내디뎠다. 그것이 서로를 지지하는 방법이자 자신을 위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저희는 저희에게 딱 맞는 방식으로 살고 있어요. 그 방식을 결정짓는 가장 큰 요소가 바로 재미이지요. 재미라는 게 먹고 놀자, 이런 게 아니라 작업 자체에서 오는 기쁨을 말하는 거거든요. 재미가 없으면 결과물도 만족스럽지 않고 그 과정도 힘들어져요.”
몰입하는 삶, 그래서 재미있는 삶, 그러므로 잔잔하고도 즐거운 삶. ‘다른 이들은 저희 일상이 특별하다고, 용기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잘 모르겠다’며 웃는 부부의 얼굴에는 실로 오랜만에 만나는 느낌, 다정하고 따뜻한 평화가 있었다. 그러니 누구든 그들을 보며 한 번쯤은 생각하지 않을까. 언젠가는, 우리도 저렇게 살겠다고.
글 성지선 / 사진 이준호 / 촬영협조, 후가

사랑꾼5

부부, 꿈을 디자인 하다 / 망원동 카페의 커플 주인장 CAFE BUBU 박선영&권오현 대표
사람 냄새 가득한 망원시장 골목 안쪽에는 주택의 외관을 그대로 간직한 카페가 있다. 발음하는 것만으로 공연히 마음이 놓이는 이름, ‘카페부부’가 그 주인공이다. 집처럼 아늑한 이곳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그래픽 디자이너 출신의 30대 젊은 부부다. 사랑도 일도 함께 나누는 이들에게 같은 곳을 바라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지 물어봤다

옛 시간과 새 시간이 만나 보금자리를 틀다

담벼락 아래 놓인 미니 보드, ‘CAFE BUBU’라는 이름이 반듯한 고딕체로 적혀 있다.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은 간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길을 걷는다면 카페인지 모르고 그냥 지나치다가 뒷걸음질할지도 모른다. 햇볕이 내리쬐는 정원을 지나 2층짜리 주택의 현관문을 열고 나서야 커피 추출기가 바쁘게 돌아가는 주방을 발견할 수 있다. 옛날 전화기와 오디오가 소품으로 아기자기하게 진열된 모습과 함께 말이다.
이곳, ‘카페부부’는 권오현·박선영 부부가 함께 꾸려나가는 카페이자 문화 공간이다.
“‘카페부부’라고 이름을 지은 건, 당연하겠지만 ‘부부’라는 사전적 의미가 출발점이었어요. 하지만 다른 이유도 있죠. 일본어 발음으로 ‘BUBU’는 ‘마시는 차’라는 의미도 있고 영어 발음으론 몸에 감는 ‘한 장의 옷’이란 뜻도 있어요. 카페부부가 그저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닌, 의식주가 있는 생활형 카페이기에 모든 뜻이 담긴 부부로 이름 붙였습니다.”
아담한 정원에 세월의 켜가 내려앉은 목조지붕, 이 아늑한 주택의 원래 주인은 30년 동안 이곳에서 살아온 노부부였다. 오랜 삶이 깃든 보금자리를 카페부부에 양도한 것이다. 그러나 노부부는 하나의 조건을 내걸었다. 이 집을 많이 변화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젊은 부부는 약속을 충실히 이행했다. 디자이너 출신인 두 사람의 젊은 감성이 앤티크한 인테리어에 세심하게 녹아 있지만, 전체적인 건물 외관과 구조는 그래서 변함이 없다. 2층 계단을 올라갈 때 벽에 보이는 설계 도면과 같은 옛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야기가 있고 커피도 있는, 그런 공간

“비전문가인데 전문가인 척하고 싶지 않아요. 또 장사꾼 마음가짐으로 일하고 싶지도 않고요. 사실 저희 부부의 호칭은 ‘사장’이 아니에요. 분야를 나누고 전문가를 배치해서 각각 ‘실장’이라는 이름으로 일하죠. 저는 인테리어와 같은 그래픽 전반을 책임지고 브랜딩과 관련한 일은 아내의 몫이에요. 원두 로스팅이나 푸드를 담당하는 실장님도 따로 계시고요.”
카페를 차린다는 일을 두고 혹자들은 으레 ‘만만해서 선택했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들 부부의 열정과 노력은 쉬이 재단하기 어렵다. 하나의 카페 안에서도 업무분야를 나누어 전문가를 배치한 점이 그 증거다. 남편이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면 아내가 그것을 실현하고, 디자이너 출신다운 감각과 기획력을 발휘해 부부가 합작하여 신메뉴를 출시하기도 한다. 디자인의 영역을 인테리어뿐만 아니라 경영과 브랜딩 작업으로도 확장한 것이다.
부부는 2층을 작업실과 서재로 꾸몄다. 디자인과 관련된 편집 작업도 하고 손님들에게 책도 빌려주며 문화 공간으로 넓혀나가고 있다. 이 카페가 문화 공간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비단 이 때문만은 아니다. 문화 예술 종사자들이 망원동에 많이 거주하는 덕에 많은 음악인들을 만난 권오현 대표는 이제 매주 목요일마다 작은 콘서트도 개최하며 카페 속 문화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카페는 ‘커피를 파는 곳’이 아니라 ‘커피도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냥 커피숍과는 다른 개념이죠. 카페라는 건, 음식부터 문화까지 다양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이에요.”

같은 꿈을 공유해 함께 걸어간다는 것

부부는 서로 평생의 반려자지만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은 다른 문제다. 서로가 서로를 가장 잘 아는 관계인 만큼 부딪힐 가능성도 크고 마음 다치는 경우도 많은 탓이다. 문득 이들 부부는 어떤 식으로 ‘동업’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지 궁금해졌다.
“서울에서 카페를 유지하려면 필요한 게 많아지죠. 자금은 물론이고 시간과 업무 분담 문제도 생기고요. 필요한 게 많다 보면 상대에 대한 요구사항도 많아지는데, 바로 이 ‘요구사항’을 차츰 줄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싸우지 않기 위해 바라지 않는다’가 아니라 ‘서로 존중한다’는 의미인 거죠.”
성대한 결혼식을 올리기보다 여윳돈으로 삶이 담긴 카페를 여는 일에 뜻을 모은 부부. 결혼 전 두 사람 모두 격식에서 벗어난, ‘자유롭고 느린 삶’에 대한 갈망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연애 시절에 몽골에서 봉사활동을 한 적 있다는 부부는 “이뤄질지 모르지만, 나중에는 포틀랜드에서 우리만의 ‘자급자족’ 삶을 꾸리고 싶어요”라며 편안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무슨 상관이랴. 누군가와 같은 꿈을 나눈다는 것은 그 자체로 무한한 의미가 있지 않은가.
“저는 추진력 때문에 소위 ‘사고를 잘 치는’ 사람이에요. 아내는 저의 그런 부분을 보완해줄 수 있는 사람이죠. 지나치게 과감한 아이디어를 냈을 때 아내가 저에게 조언을 해주면, 처음엔 의구심을 가졌다가도 결과물을 보면 그 말을 듣기 잘했다 싶죠. 저희 부부의 삶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아무리 투닥거려도 목표가 같기에 서로 빈 곳을 채워 나가면서 함께 걸어야겠죠.”
카페부부, 이름도 예쁜 이곳에는 커피도 있고 문화도 있으며, 부부의 꿈도 녹아 있다. “‘둘이 가장 좋아하는 걸 함께 하면서 행복하게 살자’가 모토”라는 권오현 대표와 “같은 생각을 할 때 우리가 너무 괜찮게 느껴졌다”고 말하는 박선영 대표. 디자인이 주어진 목적을 조형적으로 실체화하는 것이라면 부부는 자신의 꿈을 열심히 디자인하는 사람들이다. 그 꿈이 훗날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멋진 결과물로 나타날 것은 분명한 일이다.
글 김동규 / 사진 이준호 / 촬영협조, 카페부부

사랑꾼4

사랑이 꽃보다 아름다워 / 한수원 사내부부 고리원자력본부 신고리제2발전소 운영기술실 계측제어팀 노윤석 주임 & 대외협력처 지역협력팀 박효진 주임

 

사람은 누구나 중요한 삶의 분기점을 맞는다. 가령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하는 사람의 반려자가 되기로 약속하고, 그 사람과 내가 부모가 되는 순간 말이다. 노윤석 주임과 박효진 주임 부부는 바로 지금, 이 특별한 생의 날들을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곧 부모라는 자리에서 다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이들 부부가 반짝이는 추억 하나를 쌓아 올렸다

 

웃음꽃이 핀 부부, 공방을 찾다

봄기운이 이제 막 기지개를 켜는 3월 중순, 해운대 플라워 공방에는 꽃향기가 피어올랐다. 자줏빛을 내는 블랙뷰티 장미와 연보라색 돌세토 장미, 소박한 조팝꽃까지. 꽃바구니 제작을 위해 준비된 꽃들이 한 아름 테이블 위에 놓인 까닭이다. 오늘 이 테이블의 주인공은 노윤석 주임과 박효진 주임 부부. 유쾌한 미소를 띤 노윤석 주임과 임신 8개월 차에도 꽃처럼 해사한 얼굴의 박효진 주임이 공방에 들어섰다.
“오늘은 간단한 꽃바구니를 만들어볼게요. 초보자들도 누구나 따라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에요.” 플로리스트의 안내에 따라 앞치마를 두르고 자리에 앉은 부부. 테이블 위에 놓은 꽃을 보더니 미소를 띤 채 눈빛을 주고받는다. 몸이 무거운 아내를 위해 노윤석 주임이 먼저 부지런히 움직인다.
“저희는 입사동기였어요. 연수원에 있었을 땐 마주친 적이 없었죠. 저는 원자력직군이고 아내는 사무직군이니까요. 원래 같은 직군끼리 숙소를 배정받아요. 그런데 전산오류가 나면서 아내 동료인 전이슬 주임이 사무직군인 아내와 같은 숙소를 사용하게 된 거예요. 그게 인연이 되어 둘이 단짝이 됐어요. 당시 전이슬 주임은 저와 같이 일하면서 사정상 카풀을 하게 됐는데, 여기 아내도 합류하면서 만남이 시작됐죠.”
사소했던 전산오류는 마치 나비효과처럼 두 사람의 인연을 맺어줬다. 그뿐이랴. 이제는 두 사람에게 부모라는 이름까지 달아주고 있다.
“일 년 동안은 둘만의 시간을 보내며 신혼을 즐기려고 했죠. 그런데 예기치 않게 아이가 생겼어요. 처음엔 많이 놀랐지만 지금 아이의 초음파 사진을 보면 가슴이 벅차요. 정말 설명하기 힘든 감정인 것 같아요.”

사랑이라는 특별한 여정

꽃에 수분을 공급하는 오아시스를 조심스레 바스켓 안에 까는 부부. 본격적으로 꽃꽂이가 시작됐다. 블랙뷰티와 돌세토 장미의 가지를 적당한 길이로 잘라 오아시스에 꽂아놓는 부부의 손길이 정성스럽다. 조팝꽃을 꽂아놓은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다시 빼내어 놓기도 하며 부지런히살펴보는 노윤석 주임. 한동안 말없이 몰두하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공연히 웃음을 터뜨린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니 좋은 점이 훨씬 많아요. 아내가 저의 업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직장생활에서 가장 좋아하는 축구동호회 활동을 적극 배려해주는 것도 무척 고맙죠. 갑자기 출근할 일이 생겼을 때도, 축구시합 때문에 아내와 함께하지 못할 때도 정말 잘 이해해주니까요.”
박효진 주임 역시 이에 동의하며 자연스럽게 말을 이어나간다.
“사실 서로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줘야 하는 건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해요. 특히 사내연애를 하다 보면 상대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알게 되는데 간섭받지 말아야 할 자신만의 영역은 누구나 있으니까요. 상대의 모든 것을 너무 알려고 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부부는 연애를 시작하자마자 동료들에게 연애 사실을 공개했다. 굳이 숨길 필요도 없었고, 숨겨지지도 않기 때문이란다. 근무하는 부서가 달라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점심시간이면 같은 밥상에 앉고, 소박한 데이트를 즐기며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소소한 연애담을 늘어놓는 동안 어느새 바스켓에는 색색의 꽃이 수놓아졌다. 장미의 짙고 화려한 색상이 맑은 조팝꽃의 느낌과 어우러져 봄의 향취를 전한다. 장미 잎의 간격을 살짝 매만지자 더욱 풍성해지는 꽃 한 다발. 그 향기가 유독 진한 것은 봄바람 때문만은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복

“결혼 전 처가에 인사를 드리러 간 적이 있는데, 그때 장인어른과 장모님이 함께 손을 잡고 올림픽공원으로 나들이를 가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아내와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어요.”
어쩌면 노윤석 주임은 손을 잡고 사이좋게 걸어가는 장인장모의 뒷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봤을지 모른다. 그래서일까. 완성된 꽃바구니를 돌려보는 둘의 모습이 더할 수 없이 화기애애하다. 공방 스티커까지 붙이니 꽃집에 내놔도 손색없는 근사한 꽃바구니가 탄생했다.
“태교하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적극적으로 하지는 못했거든요. 이렇게 행복한 이벤트 기회를 주셔서 좋은 태교를 할 수 있었어요. 평생 남을 좋은 추억이 아닐까요.”
사실 꽃바구니 만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바스켓만 있으면 수월하리라 생각하기 쉽지만, 꽃의 배치를 신경 쓰지 않으면 좋은 결과물을 기대하기 어렵다. 각각의 특성을 가진 많은 꽃송이가 보기 좋게, 또 화려하게 모일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물론, 빠져나온 잎이나 잔가지를 일일이 잘라주는 등 다듬기에도 열을 올려야 한다. 어쩌면 이는 부부의 삶을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서로의 삶을 가장 적절하게 배치하고 다듬는 여정, 그것이 바로 반려伴侶로서 살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곧 세상에 나올 아이와 평생을 함께할 노윤석·박효진 주임 부부. 꽃에 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생의 순간들이 이들 가정 안에 가득 피어나길 기대해본다.
글 김동규 / 사진 이준호 / 촬영협조, 윤슬공방

0

댓글 남기기

블로그지기
블로그지기
한수원의 생생한 소식과 한수원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