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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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는, 숲

  • 2016.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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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광역시 / 글,사진 임운석(여행작가, 도서 <내가 선택한 최고의 여행> 작가
도심형 공원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태화강공원은 울산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십리대숲에 들어서면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아득하다. 초여름의 더위쯤은 가볍게 이겨낼 수 있겠다. 수변산책로를 걸으며 자연과의 소통을 배우고 거센 바다를 향해 달음박질하는 소나무를 따라서 망망대해를 만난다. 울주군은 울산광역시와 통합된 이후 공업도시 울산의 허파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회색빛으로 답답할 것 같지만, 사실 자연의 향기가 짙게 묻어나는 그곳으로 떠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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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공원의 롤모델, 태화강대공원

태화강대공원은 현지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휴식공간이다. 울산사람들은 다른 도시의 평범한 강을 볼 때마다 태화강변에 그림처럼 펼쳐진 대숲이 얼마나 독특하고 멋진지 새삼 알게 된다고 한다. 십리대숲이 조성된 것은 일제강점기다. 어느 해 홍수로 태화강이 범람해서 일대가 모두 백사장으로 변했다. 그때 일본인 오까다[岡田]가 이를 헐값으로 사들여 대나무를 심었다. 이것이 오늘날 십리대숲이 될 줄이야 당시 사람들이 상상이나 했을까.
5~6월이 되면 태화강대공원에서는 봄꽃과 여름꽃의 화려한 임무교대식이 벌어진다. 유채꽃이 가장 먼저 임무를 마치고 떠난 자리에 튤립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튤립은 배수가 원활한 지역에서 특히 잘 자라기 때문에 태화강대공원의 환경이 성장에 적합하다. 5월 말에서 6월 초가 되면 태화강은 붉은 꽃으로 뒤덮인다. 양귀비의 계절이다. 양귀비의 치명적인 아름다움은 태화강을 뇌쇄적인 붉은 핏빛으로 물들인다. 함박꽃과 작약도 빼놓을 수 없겠지만 청보리를 그냥 넘길 수는 없다. 키 큰 대나무와 대조적으로 허리춤도 되지 않는 작은 키지만 그 푸르름은 대나무의 지조에 뒤지지 않는다. 태화강대공원에 초화단지를 개장한 것은 2011년부터다. 단일규모로는 전국 최대의 수변 초화단지다.
태화강대공원에는 오산못이 있다. 강 속에 자리한 연못인 셈인데 1.1km가량 실개천처럼 흐른다. 개천 주변에는 수련, 부들, 창포 등 수생식물이 자연미를 더한다. 열대야에는 더위를 잊기 위해 찾는 사람이 많겠다. 개천을 따라 오산다리, 느티다리 등 네 개의 다리가 있으나 운치만큼은 사이사이 놓인 징검다리가 으뜸이다. 이외에 대나무광장, 느티나무광장, 나비생태원 등 다양한 테마로 조성된 자연친화적인 시설물들이 곳곳에 자리한다. 좀 더 넓게 태화강대공원을 돌아보려면 자전거를 권한다. 평일에는 한 시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휴일에는 한 시간에 1인용 1천 원, 4인용 2천 원이면 이용 가능하다. 신분증이 있어야 대여가 가능하니 꼭 챙길 것.

자연의 풍요가 가득한 선암호수공원

원두막에서 피크닉을 즐기는 사람들, 운동 삼아 팔을 휘휘 저으며 빠르게 걷는 사람들 등 호수를 즐기는 방법은 갖가지다. 선암호수공원은 1964년 선암댐이 준공된 이후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었다가 2007년에 생태공원으로 개방했다. 호수를 한 바퀴 돌아보려면 족히 한 시간 이상은 걸린다. 볼거리도 다양하다. 장미터널, 연꽃지, 물레방아, 무궁화동산 등 안내판에 표시된 이정표만 스물세 개에 달한다. 지역주민들과 인근 회사에서 잠시 쉬는 틈을 타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여행을 목적으로 오기보다는 현지인들의 쉼터로 사용되고 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이다. 번잡한 관광지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와 한적함이 잔잔한 호수처럼 조용히 흘러간다.
기도와 사색을 즐길 수 있는 특이한 테마도 있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라 불러도 나무랄 사람이 없을 호수교회에는 ‘하나님께 기도드리는 은혜의 자리입니다’라고 적혀있고,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을 본뜬 성 베드로 기도방, 세상에서 가장 작은 사찰인 안민사도 있다.
“사람 떨어진다!”는 소리에 놀라 급하게 달려가 보니 인공암벽장에서 스포츠클라이밍선수들이 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이다. 선수들은 90도가 넘는 인공암벽을 수직으로 점프하듯 뛰어오른다. 대부분 프로선수들이다. 이제 연습한 지 일 년 남짓 되었다는 여성동호인의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몸놀림은 선수급이지만 일 년이라는 말에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어 용기를 내보지만 1m도 채 올라가지 못하고 스르르 미끄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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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를 앞두고 훈련 중인 인공암벽장의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들

송림과 바다가 제각기 물결치는 곳

대왕암공원 만큼 숲과 해안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도 드물다. 키를 가늠할 수 없는 소나무가 무리를 지어 올곧게 서 있고 동백나무, 벚나무 등이 산책로를 제외하고 빼곡히 심겼다. 모름지기 해안공원이라면 이 정도는 돼야지, 하고 으스대는 것 같다. 입구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요란하다. 좋은 날씨를 그냥 보낼 수 없었나 보다. 유치원에서 야외수업을 나왔다. 그늘이 넉넉해 초여름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도 좋다.
이곳에 송림숲이 조성된 이유는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제가 울산 앞바다를 밝힐 목적으로 울기등대를 세웠었다. 등대 주변에 군사기지가 있었는데 외부에 드러내지 않기 위한 목적으로 소나무도 함께 심었다. 세월이 흘러 소나무가 등대보다 키가 더 자라자, 1987년 촛대모양의 새 울기등대를 세웠다. 옛 울기등대는 현재 등록문화재 106호로 등재되었다.

대왕암 주변산책길을 대왕암 솔바람길이라 부른다. 미포해안에서 일산해변, 대왕암공원, 섬끝마을에서 예전부두를 잇는 세 구간으로 나뉜다. 솔바람길의 백미는 역시 솔숲과 해안산책로를 함께 걸을 수 있는 대왕암구간이다. 솔숲은 흙길이라 걷기 편하다. 곳곳에 편안하게 쉬며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벤치도 놓여 있다. 북서쪽에 일산해변이 넓게 펼쳐지고 그 뒤로 상가와 아파트가 블록 장난감처럼 촘촘하게 서 있다. 오솔길을 따라 걸어가면 5m 크기의 참고래 턱뼈 조형물이 나온다. 누구나 한 번쯤 만져봐서 그런지 손이 닿는 곳은 반질반질하다. 바다에 가까이 갈수록 바람도 거세다. 낚시꾼들이 ‘오늘은 바람이 거세서 낚시는 글렀다’며 장비를 주섬주섬 챙긴다. 평소 같으면 해녀들이 바다에서 금방 따온 싱싱한 전복, 성게, 멍게를 좌판에 놓고 팔았으련만, 얄미운 바람 때문에 싱싱한 해산물도 맛보기 어렵다.
그러나 바람이 불어도 변하지 않는 게 있으니 바로 대왕암이다. 붉은색 바위가 공룡처럼 누워있다. 오밀조밀한 바위들이 거센 파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늠름하게 버틴다. 그 사이를 철재다리로 연결해 놓아 대왕암까지 걸어갈 수 있다. 공원만 산책할 경우 한 시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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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빛을 보이는 대왕암

푸른빛 향취에 온몸을 담그는 계절

바야흐로 지금은 늦봄, 초여름이다. 늦봄이라지만 신록은 이미 푸를 대로 푸르다. 이때 숲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할까. 급한 마음 달래주는 곳이 신불산 파래소폭포 트레킹 구간이다. 출발지점인 신불산자연휴양림에서 시간을 충분히 보내도 좋다. 장쾌한 파래소폭포를 볼 생각이라면 하단지구 매표소를 지나야 한다. 불과 30여 분을 걸었을 뿐인데 미끄러질 것 같은 비탈길, 울퉁불퉁 돌짝밭, 나무뿌리가 험상궂게 불거져 나온 길,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데크 등 숲에서 만날 수 있는 모든 길을 압축해 놓았다.
습한 기운이 감도는가 싶더니 폭포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온다. 영남알프스로 잘 알려진 간월산과 신불산 구석구석을 휘감아 돌았으니 폭포의 기세야 두말하면 잔소리일 터.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의 발길이 뜸했을 것 같다. 이 길을 오르려면 태산을 오르는 기분이 아니었을까. 물보라를 일으키는 폭포가 하늘기둥처럼 꼿꼿하게 보인다. 웅장한 소리 탓에 옆 사람의 말도 쉽게 알아들을 수 없다. 한 마디로 뻥 뚫리는 기분이다.
강변공원, 호수공원, 해안공원 마지막으로 숲까지 챙겨봤으니 공업도시 울산광역시와 울주군의 청정지역은 남김없이 섭렵한 것 같다. 맑은 공기를 잔뜩 들이마셔서 그런지 몸도 마음도 상쾌하다. 가슴 답답하다면 주말엔 울주군으로 떠나자. 그리고 기억할 것. 온 세상이 녹음으로 젖어드는 이 계절, 응당 떠나야 할 곳은 바로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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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기둥처럼 보이는 파래소폭포

Travel Tip.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KTX로 오전 5시 10분에 첫출발하며 2시간 남짓 걸린다. 돌아오는 막차는 울산역발 저녁 10시 42분이다. 울산역에서 태화강대공원까지 5003번, 807번, 327번 등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자가용은 내비게이션에 ‘태화강대공원’ (울산광역시 중구 내오산로 67)을 검색할 것.
문의 _ 태화강관리사무소 052-229-6144

머물기 좋은 곳

울산 시내에 시설 좋은 호텔이 많다. 신라스테이울산(052-901-9000)은 비즈니스호텔로서 합리적인 가격대이다. 라운지에서 무료 PC를 이용할 수 있고 추가금액을 지불하면 조식이 제공된다. 롯데호텔울산(052-960-1000)은 최고의 시설과 전망을 자랑한다. 울산고속버스터미널 바로 옆에 있다.

맛있는 곳

태화강대공원 주변에 맛집이 많다. 외식메뉴로 인기가 많은 숯불구이집은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상차림을 즐길 수 있다. 경상도지역에서 즐기는 돼지국밥집은 돼지사골로 육수를 내어 깊은 국물 맛이 별미이다. 대왕암공원 쪽으로 가면 물회집이 많다. 싱싱한 횟감으로 만든 물회와 회덮밥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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