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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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의 다섯 가지 즐거움

  • 2016.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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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광역시 기장군 / 글. 사진. 임운석(여행작가, 도서 작가)
인구 15만 명. 고층빌딩 하나 없는 작은 어항. 다시마,미역, 멸치 말리는 냄새가 진동하는 곳. 바로 기장군이다. 1995년 부산광역시에 편입되었지만 아직까지는 전형적인 어촌의 모습이다. 더위를 날려버리는 시원한 바다와 빼어난 절경 그리고 예술적 감각이 물씬 풍기는 작은 마을, 기장. 여름이어서 더 즐기기 좋은 이곳으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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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광해수욕장 ⓒ기장군

첫 번째 즐거움 / 여름이라면 기장의 해수욕장으로

부산울산간고속도로에서 장안IC로 빠지면 임랑해수욕장에 닿는다. 숲과 달빛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이 아름다워 임랑(林浪)이라 부른다. 백사장이 1km 이상 넓게 펼쳐져 맑은 날에는 선글라스가 없으면 눈을 뜨기 힘들 정도다. 수심이 깊지 않아 아이들이 물놀이하기에 좋고 해변 마을에는 벽화가 그려져 생기가 넘친다. 낮에 물놀이를 하다가 늦은 오후에는 마을 골목길을 산책해도 좋겠다. 주변에 활어를 판매하는 횟집이 꽤 많다. 여름휴가철이 아니어도 외지인들이 싱싱한 회를 즐기기 위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자동차로 5분 거리에 고리원자력홍보관이 있다.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전시공간으로써 원자력발전은 물론 인류가 사용하고 있는 모든 종류의 발전시설을 한눈에 볼 수 있다. 에너지 변천사, 전력 생산의 원리 등을 자세히 설명해 놓아 자녀를 위한 체험학습장으로 좋다.
31번 국도변에 있는 일광해수욕장 역시 수심이 얕다. 백사장은 1.8km에 달하는데 특히 반원형이어서 아늑한 느낌이다. 어촌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잘 표현한 오영수의 단편소설 과 소설을 영화로 제작된 영화 ‘갯마을’의 배경지이기도 하다. 해변 오른쪽에는 수상테크길이 조성되어 있다. 탁 트인 바다를 조망하며 걷기 때문에 해가 한풀 꺾인 오후에 걸어보면 더욱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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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젖병등대

두 번째 즐거움 / 가장 특이한 등대들이 모여 사는 곳

기장은 이색등대 전시장이다. 첫출발지인 서암항에는 누가 봐도 한눈에 알 수 있는 젖병모양 등대가 있다. 젖병등대는 우리나라의 낮은 출산율과 특히 부산의 저조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지난 2009년에 세워졌다. 생김새가 워낙 특이하고 귀여워서 서암항의 마스코트로 자리 잡았다. 젖병등대 뒤로 보이는 등대도 특이하다. 노란색 등대는 ‘마징가Z’를, 하얀색 등대는 ‘태권V’를 닮았다. 그런데 실제 이름은 장승등대다. 북쪽에는 차전놀이등대 또는 닭벼슬등대라 불리는 붉은색 등대가 있다. 이 등대의 특징은 계단을 따라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계단 난간에는 특별한 의미를 담은 자물쇠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누군가가 간절히 소원을 빈 흔적일 게다. 장승등대를 조금 더 가까이 보고 싶다면 대변항으로 자리를 옮기면 된다. 가까이에서 보면 노란색 등대는 하얀 이빨을 드러낸 것 같다. 보기에 따라 화난 표정 같기도 하고 익살스러운 표정 같기도 하다. 대변항 방파제를 따라 곧장 걸어가면 월드컵등대가 서 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공인구였던 피버노바 공을 가운데 품고 있다. 자동차로 15분 정도를 달리면 월전마을에 있는 빨간등대를 만나게 된다.
형이상학적으로 디자인되어 마치 설치미술작품을 보는 것 같다. 월전마을에서 자동차로 30여 분을 달리면 칠암항에 닿는다. 여기에는 야구도시 부산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야구등대가 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획득을 기념해서 세웠다. 등대는 야구공, 글러브, 배트로 구성됐는데 선수들의 친필 사인과 짧은 소감이 적혀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야구공 모형 안쪽 벽면이다. 부산의 자랑 무쇠팔 최동원 선수의 프로필이 상세하게 적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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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8경에 속한 죽도

세 번째 즐거움 / 기장에서만 만나는 명승지 풍경

기장의 아름다운 명승지를 기장8경이라 한다. 앞서 일광해수욕장과 임랑해수욕장을 다녀왔다. 나머지 6경 중 바다에 포함된 곳은 죽도와 시랑대다. 죽도는 대변항에 자리한다. 한때 대나무가 무성하게 자라 죽도라 부르지만 지금은 대나무보다 활엽수가 우거졌다. 기장은 동해가 끝나고 남해로 넘어가는 경계선에 자리한다. 때문에 남쪽바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섬이 많지 않다. 오직 죽도가 유일한 섬이다. 그래서 더 귀하게 대접받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죽도를 잇는 다리가 놓여 쉽게 오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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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해동용궁사

해동용궁사는 기장에서 해가 가장 먼저 뜨는 곳이다. 연초에는 일출을 보기 위해 인근지역민들이 일출암을 찾아 발 디딜 틈이 없다. 이곳에 기장 8경인 시랑대가 있다. 절은 1376년 나옹화상이 창건했다. 원래 이름은 보문사였는데, 1976년 승려 정암이 꿈에 관음보살이 용을 타고 승천하는 걸 본 후 절 이름을 해동용궁사로 바꿨다.
절 입구를 지나 계단을 따라 왼쪽으로 내려가면 탁 트인 바다를 마주한다. 갯바위에서 절 방향을 바라다보면 기암들과 조화를 이룬 절의 모습이 그야말로 용궁을 옮겨놓은 듯하다. 갯바위 한가운데 어른 키보다 큰 우체통이 있는데 ‘세계 유일의 보내지지 않는 우체통’이라는 글이 적혀 있다. 보냈다고 믿지만 보내지지 않는 편지. 그 속에는 어떤 사연들이 담겨 있을까? 해안선을 따라 400여 미터를 걸어가면 각종 체험시설과 전시실을 갖춘 국립수산과학원이 있다. 자녀와 함께라면 소소하게 볼거리들이 있으니 꼭 챙겨보자. 무료관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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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룡마을에 설치된 미술작품

네 번째 즐거움 / 소읍 속 펼쳐진 예술 관람하기

기장에는 농촌과 예술이 어우러진 대룡마을이 있다. 임랑해수욕장과 인접해 해수욕을 즐기다가 잠깐 다녀가기 좋다. 약 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대룡마을은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예술가들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다양한 미술작품을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것을 계기로 조금씩 입소문이 나더니 요즘은 알음알음 찾아오는 관광객들이 늘었다. 덕분에 작은 농촌마을에 카페가 생기고 예술체험공방이 만들어지는 등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알 듯 모를 듯 형이상학적인 작품들 앞에서 관광객들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하고 사진을 찍어 추억하기도 한다.
기장에는 대룡마을 이외에도 소읍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벽화마을 세 곳이 있다. 정관읍 평전마을에 가면 전래동화를 주제로 벽화가 그려져 있고, 철마면 마지마을에는 시골 풍경을 주제로 다양한 벽화가 그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장안읍 좌천시장에는 전통5일장의 추억을 되새길 수 있는 향수 짙은 벽화가 시장 분위기를 밝고 명랑하게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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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장 어촌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다시마 말리는 풍경

다섯 번째 즐거움 / 멸치와 붕장어의 화려한 변신

기장을 대표하는 맛은 멸치다. 멸치는 성질이 급해서 물밖에 나오면 곧바로 죽기 때문에 멸치 또는 멸어라 부른다. 멸치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비늘과 기름기를 먼저 제거한 뒤 베보자기에 겹쳐 싸서 눌러줘야 한다. 이후 멸치를 막걸리나 술지게미를 푼 물에 담갔다가 살만 발라낸 뒤 쑥갓, 미나리, 부추, 양파에 초고추장을 듬뿍 넣어 버무려 먹는다. 기장에서 멸치회 좀 먹어봤다는 사람들은 산초가루를 뿌려 독특한 향을 함께 즐기기도 한다. 부드러운 멸치회에 아삭한 야채가 곁들여져 그릇을 모두 비우고 나서도 야채의 그윽한 향이 입안에 남아 있다. 멸치는 쌈밥으로도 즐긴다. 통멸치에 고춧가루, 마늘, 시래기, 파 등을 넣어 자작하게 끓여 졸이고, 이것을 쌈에 싸서 먹는 것이다. 기장 특유의 멸치쌈밥을 즐기고 싶다면 기장의 또 다른 대표 먹거리인 다시마에 싸먹어 보시라. 자작하게 조린 통멸치와 바다향 잔뜩 머금은 다시마는 환상적인 맛의 조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기장에서 맛볼 맛의 끝판왕은 붕장어다. 지역민들은 흔히 ‘아나고’라 부르는데 이것은 일본식 이름이다. 붕장어는 물로 수차례 세척한 뒤 물기를 제거하고 탈수기를 이용해서 다시 한 번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뒤 손님상에 낸다. 이렇게 해야 식중독 걱정 없이 안전하게 먹을 수 있다. 붕장어회를 맛있게 먹는 방법도 있다. 깻잎에 기장 미역을 두툼하게 올린 뒤 붕장어회를 적당량 올린다. 이후 초고추장과 마늘을 넣어 한입에 쏘옥 넣으면 고소한 맛과 미역의 신선함이 어우러져 입안이 즐겁다. 척추 뼈 부분은 기름에 바삭하게 튀겨 내는데 술안주로 인기가 좋다.
부산의 작은 어촌, 이곳의 여름이 이렇게 풍성한 줄은 미처 몰랐다. 해수욕으로 여름을 만끽하고, 등대와 명승지를 바라보며 풍경에 젖고, 예술마을에 들러 문화를 만끽하고, 이색적인 여름 별미로 입맛까지 돋울 수 있는 기장군. 고요하면서도 생기 넘치는 피서를 보내고 싶다면 기장군으로 향하기를 권한다.

Travel Tip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KTX(첫차 05시 15분 이후 22시 55분까지 수차례 운행)를 타고 부산역 하차. 부산역에서 1003번, 100번 승차 후 용궁사국립수산과학원에서 하차. 자가용은 내비게이션에 해동용궁사(부산광역시 기장군 기장읍 용궁길 86)를 검색할 것. / 문의 051-722-7744

머물기 좋은 곳

대변항과 일광해수욕장에 깨끗한 모텔과 펜션이 많다. 기장읍에 있는 서랑펜션(051-722-8870)은 복층형으로 1층은 도예공방과 도자기체험장을 운영한다. 부산 마루하우스펜션(010-5013-2146)은 개별테라스와 복층형 구조의 유러피안 펜션으로 일출을 감상할 수 있다.

맛있는 곳

기장멸치축제가 열리는 대변항 인근에 멸치회와 멸치쌈밥 전문식당이 많다. 기장 앞바다에서 직접공수한 해산물을 함께 내놓기 때문에 언제든지 신선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붕장어 전문점 역시 대변항에 많지만, 기장붕장어축제가 열리는 칠암항 주변과 연화리횟집촌에도 붕장어 맛집들이 많이 모여 있다. 대부분 2인분 이상 주문받는다. 일광해수욕장 근처에 있는 이동항에서는 기장미역다시마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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