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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호킹은 어떻게 연설할까?

  • 2016.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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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물리학자를 꼽으라고 하면 ‘아인슈타인’ 다음으로 꼽히는 인물이 ‘스티븐 호킹’일 겁니다. 상대성 이론과 우주론에 대해 독창적 지식을 지녔고, <시간의 역사>라는 책을 출간해 천 세계적으로 1천만 부 이상을 판매한 인물이지요. 그런데 스티븐 호킹의 건강할 때 모습을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21살에 루게릭병 판정을 받은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루게릭병은 ‘서서히 오는 죽음’입니다. 이 병은 운동신경 세포만 사멸시키는 병입니다. 서서히 사지가 마비되고, 병의 진행을 따라 결국 호흡근 마비로 죽음을 맞게 됩니다. 혀 근육과 가로막 근육 위약으로 음식을 씹고 삼키기 힘들어지며 기도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달리고 뛰어오르고 걷는 것, 사지를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모든 행동은 운동 근육과 함께 합니다. 심지어 숨 쉬는 것도요. 그렇기 때문에 루게릭병은 현재까지 난치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스티븐 호킹이 이 병을 진단받은 것은 불과 21세였습니다. 17세의 나이로 대학에 입학한 이후 옥스퍼드 대학교 졸업반 때 첫 증상이 나타났습니다. 갑자기 계단에서 굴러떨어지는 것처럼 어이없는 사고가 루게릭병의 시작이었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앞으로 2년 정도 더 살 수 있을 것’이라는 시한부 판단을 받습니다. 그러나 1942년생인 스티븐 호킹의 증세는 의사의 말보다 훨씬 더 느리게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2016년 현재, 아직도 스티븐 호킹은 살아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사방을 다니며 연설을 한다는 점입니다. 발병 후 40년이 넘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요? 천만 다행히도 그의 느린 병 진행과 함께 과학의 발달이 그에게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현재 스티븐 호킹이 유일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두 개의 손가락입니다. 1985년 폐렴에 걸린 스티븐 호킹은 기관지 절제 수술로 가슴에 꽂은 파이프를 통해서 숨을 쉽니다. 그리고 스티븐 호킹의 연설을 돕는 것은 휠체어에 부착된 고성능 음성합성기입니다. 두 개의 손가락만으로 스티븐 호킹은 컴퓨터를 작동시켜 강의를 하고, 글을 받아쓰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호킹은 “약으로도 나를 치료할 수 없지만, 기술은 나를 세상과 교류하게 해준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그의 일생을 다룬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에서는 에디 레드메인이 스티븐 호킹 역을 연기했는데요, 자신이 추구하는 길인 과학의 도움으로, 그리고 사람들의 사랑으로 신체의 불편함을 이겨내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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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서울대 이상묵 교수를 살펴볼까요. 이상묵 교수는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 데스벨리에서 지질 조사를 하다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를 겪었습니다. 동행한 제자 6명 중 1명이 이 사고로 숨지고, 이상묵 교수는 얼굴을 제외한 목 아래 부분이 마비되는 후유증을 앓게 되었습니다. 스티븐 호킹처럼 이상묵 교수도 오래 살 수 없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는 현재도 교수이며, 사고 6개월 만에 강단으로 돌아왔습니다. 스티븐 호킹과 반대로 음성을 낼 수 있는 이상묵 교수는 음성을 인식해 타이핑하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강의를 진행하지만, 이 소프트웨어의 오류가 잦아 약 60명의 학생이 이상묵 교수의 문서작업을 돕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어를 음성인식해서 문서로 만드는 것이 어려운 것도 이유 중 하나겠지요.

이상묵 교수와 스티븐 호킹은 과학자로서, 또 장애인으로 다른 학생들을 돕는 일에 소홀하지 않습니다. 영국이 연구지원 예산을 축소했을 때 스티븐 호킹은 “나와 같은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젊고 의욕적인 학자가 고등교육기관에서 내가 받은 것과 같은 관용과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라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상묵 교수는 2011년 봄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험이 어려운 자연환경을 예측할 수 있는 ‘계산과학 연합전공’ 과정을 개설했는데, 자유롭게 실험과 관측을 할 수 없는 장애인들에게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미래를 예측하는 계산과학 분야가 적절한 전공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은 그렇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학이 발전하기 전, 14세기 중세인들은 지체장애인들을 ‘바보배’에 태워 사회와 격리하였으며 불과 300년 전 시각장애, 청각장애, 언어장애 아동들에게는 제대로 된 조기 치료와 사회적 교육을 받지 못한 채 ‘가려진’ 곳에 살아야 했습니다. 네이버 웹툰 <나는 귀머거리다>에서는 실제로 청각 장애인인 작가가 다른 나라에 여행을 가서 ‘장애인들이 거리에 많은 게 신기하다’고 했는데 이는 사회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며, 장애인을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저는 약한 신경 손상을 앓고 있습니다. 우습게도 이 신경 손상의 원인은 거북목인데요. 거북목 때문에 목뼈의 모양이 어긋나 목뼈의 틈으로 내려와야 하는 신경이 눌리고, 근육과 들러붙는 현상으로 통증과 마비를 일으킵니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아마 저 역시 왼팔을 쓸 수 없어 생활과 취직에 제약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꾸준한 박리제 투여라는 화학과 의학의 발달에 힘입어 일상생활을 하고,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이렇게 원고도 씁니다.

A little girl at a medical clinic getting a new hering aid.

그 외에도 청각 장애인이 대학에 입학 시 속기사가 수업을 받아쓰는 서비스를 지원하는 대학도 있고 (1급 속기사는 아홉시 뉴스를 실시간으로 받아쓸 수 있어야 시험이 통과됩니다. 물론 속기사용 타자기가 따로 있고, 이것 역시 과학의 발달이 이루어낸 업적이지요.)난간이나 엘리베이터, 간판에서 찾아볼 수 있는 점자 역시 시각장애인을 지원하는 과학입니다. 한 손밖에 쓸 수 없는 사람을 위해 한 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키보드도 개발되어 있고요.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과학 발명’을 위한 지원도 적을뿐더러, 장애인이 사회활동을 하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사회 인식 때문에 장애인 당사자도 자신을 보조하여 보다 원활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구가 무엇인지, 어디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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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 그런 점에서 장애인이 보다 원활하게 활동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아직 음성지원 등 장애인을 도울 수 있는 웹사이트 기능이 갖춰지지 못한 곳도 많지만, 휠체어가 다닐 수 없는 보도블록이 곳곳에 남아 있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데 갑자기 차가 옆을 스쳐 지나가는 바깥보다는 조금 안전한 곳이기도 합니다. 저는 ‘장애인이 바깥에 돌아다니지 않는다는 것은 그 사회에 장애인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그 사회는 장애인이 돌아다니기에 지나치게 불편한 사회인 것이다.’ 라는 말을 항상 생각합니다. 인터넷에서 자유롭게 이 웹사이트에서 저 웹사이트로 옮겨 다닐 수 있는 것처럼 바깥세상에서도 장애인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렇다면 거리를 다니는 장애인은 더 많아질 것이고, 그 사람들의 얼굴은 지금보다 조금 더 환해져 있지 않을까요.

장애를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스티븐 호킹과 이상묵 교수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닙니다. 장애인을 위해 활동할 의무도 그들에게만 주어진 것이 아닙니다. 스티븐 호킹과 이상묵 교수도 자신의 장애가 자신의 활동에 치명적이고, 자신이 평생 그 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데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겠지요. 그러나 그들은 과학자였고, 과학의 힘을 믿고 이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우리 주변에 평범한 장애인, 장애인 부모, 장애인 친인척을 둔 사람들보다는 나았을 것입니다.

저는 언론이 ‘장애를 갖게 된 사람’에게 ‘인생이 끝났다’ ‘꿈이 사라졌다’라는 표현을 쓰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학이라는 것은 모든 사람이 같은 기회를 누리기 위해 발전하는 것이고, 지금까지 발명된 기술로도 장애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길은 적지 않습니다. 장애라는 것이 한 사람의 인생을 꺾어놓았다. 그 사람은 장애 때문에 다시는 평범한 삶을 살 수 없다고 언론이 이야기하는 것은 그 자체로 가해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보고 있는 여러분의 주위에도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혹은 여러분 당사자가 약하건 심각하건 장애를 갖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분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아직 살아있고, 살아있는 동안 과학은 발전할 테고, 지금까지 발전한 과학 역시 우리를 도울 테니 우리는 패배자가 아니라고. 우리는 점점 더 나은 사회를 살아갈 거라는 이야기를 하며 이 글을 마칩니다.

글 : 전삼혜 필진
ⓒ표지 사진 출처
VOA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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