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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의 발달, 12개월의 변화

  • 2016.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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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는 예정일을 일주일 넘겨 태어났습니다. ‘아이가 나올 생각을 안 하네요’ 라고 해서 결국 유도분만으로 태어났지요. 7월 초였을 조카의 생일은 7월 중순이 되었고, ‘언니 힘들게 무슨 짓이야’ 라며 갓 태어난 조카에게 불만을 토하던 저는 요즘에야 조카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뭐니뭐니해도 기록적인 더위라고 하니 이왕이면 쾌적한 엄마 뱃속에 있고 싶지, 아침저녁으로 습도와 온도가 오락가락하는 바깥에 나오고 싶지 않았을 것 같거든요.

 

3.2kg으로 태어날 예정이었던 조카는 일주일 만에 3.8kg의 우량아가 되었고, 머리털이 수북한데다 얼굴도 눌려 있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서야 좀 봐줄 만한 얼굴이 되었어요. 3.2kg이면 ‘조금 작지만 건강한 아이’고 3.8kg이면 ‘우량아 수준’이라니 겨우 600g, 설탕 한 근 무게에서 사람이 이렇게 오락가락해도 되는 걸까요. 몸무게의 20%가 늘어났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지만요. 게다가 저희 언니는 몸집이 작고 말라서 9개월이 되어도 ‘진짜 애가 있긴 한가?’ 싶을 정도였거든요.

 

조카는 이제 30일을 갓 넘겨 40일째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여름이 다 지나고 나면 눈에 초점이 생기고, 가을이 되면 목을 가눌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직은 눈에 초점도 제대로 잡혀 있지 않고 목도 가누지 못합니다. 할 줄 아는 거라고는 먹고, 자고, 싸고, 우는 것밖에 없습니다. 저는 첫째 조카를 8개월 무렵까지 ‘너는 지금 같은 연령의 개나 고양이보다 미숙하지!’ 라고 놀렸다가 언니에게 등짝을 두들겨 맞은 경험이 있습니다. 맞는 말이지만 그런 말을 하면 듣는 조카 서운하다나요. 조카는 기억도 못 할 텐데.

 

동물은 사람보다 빠르게 어른이 됩니다. 고양이는 6개월이 지나면 발정기가 옵니다. 새끼를 낳을 수 있는 몸이 되는 거예요. 반면 사람은 태어난 후 6개월이면 이제 뒤집기를 해 보려고 낑낑대는 시기입니다. 동물이 첫 새끼를 낳을 무렵에야 사람은 자기 발로 서기 시작하는 걸 보면, 참 답답하다가 신기하다가 종잡을 수 없는 기분이 됩니다. 그렇다고 어쩌겠어요. 이제 막 아장아장 걷는 아이에게 ‘너랑 같은 날 태어난 옆집 개는 어제 새끼를 낳았다더라!’ 라고 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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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인간의 백세시대 중 대부분의 발달은 그 1년 사이에 일어납니다. 개와 고양이가 새끼를 낳고, 매미의 인생 15%가 지나가는 1년. 그 사이에 ‘자기 손도 모르던’ 인간의 아이는 몸무게가 세 배 가까이 늘어나고 시야도 훌쩍 넓어집니다. 게다가 ‘언어’를 구사할 줄 알게 되지요. ‘뭐가 힘든 건지 말을 하란 말이다!’ 라고 초보 부모들의 머리를 쥐어뜯게 하던 세 뼘짜리 갓난아이는 일 년만 지나면 마, 빠, 밥, 물 등의 간단한 단어를 구사할 수 있게 됩니다. 평생의 대부분을 이족보행으로 살아가는 포유류가 인간뿐이라면, 인간은 12개월 사이에 다른 동물들이 평생을 가도 해내지 못하는 경지를 터득하게 됩니다. 뭐, 걷는 게 자기 맘대로 안 되니까 걷다가 주저앉아 으앙 울어버리고, 그다음에 빛의 속도로 기어 다니며 사방을 휘저어대는 아이들도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의 아이가 서긴 잘 서는데 걸으려 하지 않고 기기만 한다면, 그건 그냥 ‘기는 게 더 빠르잖아!’ 라는 생각이 아이의 머릿속에 박혀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는 겁니다. 이 생각은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 중인 주변 사람들과 갓 12개월을 넘긴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을 보며 점점 확신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갓난아기를 보았을 때의 감정을 기억하세요? 자신의 아이든, 타인의 아이든요. 작고 부드럽고 따뜻한 생명이 잠들고 깨고 새까만 눈을 또록또록 굴리던 모습. ‘나도 이렇게 작게 태어났겠구나’ 라던 생각도 들고, ‘정말 엄마/아빠를 닮았네’ 라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다가 몇 달, 몇 주 안 보기라도 하면 그사이 아이는 또 쑥쑥 자라 있고요. 그렇다면 12개월간 아이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 걸까요.

Cute Newborn Asian baby close up in Thailand

생후 1개월의 아이는 입 근육을 움직여 미소를 지을 수 있습니다. 2개월에는 주변 상황에 흥미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시선을 돌려 주변 사람들을 보기도 해요. 3개월에는 움직이는 물체를 따라가며 손을 뻗을 수 있습니다. 눈물샘이 발달해 눈물이 나오는 것도 이 시기입니다. 그렇지, 당연한 발달이야.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은 한번 뒤집어 생각해 보세요. 3개월에 눈물샘이 발달한다는 건 3개월 이전의 아이는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것이고, 2개월에 주변 상황에 흥미를 보이지 못한다는 것은 그동안 주변에 흥미가 없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태어나서 1~2개월 동안 오롯이 아이에게는 주양육자와 부양육자만이 세계의 전부였던 거죠.

 

4개월이 되면 움직이는 것을 잡으려고 하고, 6개월에는 뒤집기를 합니다. 8개월쯤 낯가림을 시작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것은 ‘예전에 본 것을 기억하고, 낯선 것과 익숙한 것을 분별한다’는 뜻입니다. 아이에게 선호도라는 게 생기는 거예요. 아, 이때쯤 이도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하겠네요. 액체가 아닌 유동식과 고체를 먹을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입니다. 그동안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입  안에 뭐가 들어와도 씹지도 못하고, 맨날 보던 사람과 어제 처음 본 사람이 구분이 안 가고, 손으로 원하는 걸 잡지도 못했다니 말이죠. 어휴. 요즘 아이들은 예전 아이들보다 발달과 성장도 빠른 것 같지만, 그래도 몇 개월 사이에 인지와 운동에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같습니다.

 

8개월이 지나면 집안 모든 모서리에 모서리 보호대를 붙여야 합니다. 아이는 배밀이를 하다가 양팔과 다리를 사용해 기어 다니기 시작해요. 직전까지는 ‘누운 자리’에 국한되어 있던 아이의 세계는 이제 엄청나게 넓어졌습니다. 대근육과 소근육이 이미 발달했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건 일단 팔을 뻗어서 손에 잡고, 입에 넣습니다. 생각해보면 아이의 발달은 정말 놀랍습니다. 처음엔 ‘자기 것’인 줄도 몰랐던 팔과 허벅지가 자신의 체중을 받쳐 줄 만큼 튼튼해지고, 게다가 이제 팔을 뻗는 것뿐만 아니라 손을 움직여 무언가를 움켜쥐고, 그걸 입으로 가져가는 행동이 가능하다니 말이죠. 여기서 한 계절이 더 지나면 아이는 걸어 다니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한 해를 무사히 보내고 살아남은 것을 축하하는 잔치였다던 돌잔치를 지금은 그저 의례적으로 치르지요. 그렇다고 해도 한 해 동안 한 아이가 보여준 행동의 변화는 무수하지요. 작년 같은 계절, 같은 달에는 빨갛고 작고 자기 손이 자기 손 인줄도 몰랐던 아이가, 어쩌면 태어나지도 않았던 아이가 ‘흥미로운 물건에 손을 뻗어 자기에게 가져오는’ 돌잡이를 할 수 있게 자랍니다. 12개월은 그렇게 긴 시간입니다.

Cute little baby boy playing with water splashes and tap in a swimming pool on a sunny hot summer day

얼마 전 ‘아이가 예전에는 까꿍 놀이를 하면 엄청 좋아했는데 요새는 심드렁해 하더라’ 라는 말을 듣고 유아 발달학을 찾아봤습니다. 친구의 아이는 이제 ‘가려진 사물이 다시 나타남을 인식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우리가 손으로 눈을 가린다고 해서 정말 눈이 없어진 게 아니라는 걸 이제 알아버린 거죠. 그러니 얼마나 재미없겠어요. ‘아, 엄마, 나 다 알아. 좀 있다가 눈이 나타났다고 할 거지?’ 라는 생각을 하겠죠. 그리고 자신을 두고 잠깐 자리를 비운 엄마가 ‘곧 다시 올 것이다’ 라는 확신도 차츰 가지게 될 겁니다. 그동안은 ‘엄마가 잠깐 화장실 갔다 올게’라고 말해도 ‘엄마가 눈 앞에서 없어졌어! 이제 없는 거야!’로 인식하던 아이가 또 자란 거죠. 저는 친구에게 대답했습니다. 걔도 이제 알 걸 알게 된 거야.

 

글 : 전삼혜 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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