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블로그
삶에 활력(力)을 더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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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있어 춤추는 생(生)

  • 201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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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재즈밴드 ‘잼잼’/ 왼쪽부터. 기타 강명성(IT 개발자), 콘트라베이스 윤진근(창업 준비 중), 드럼 권미숙(행정직), 보컬 이우진(웹·일러스트 디자이너), 피아노 김호선(대학생)이외 멤버. 보컬 이지운(초등학교 교사), 콘트라베이스 정진우(일반사무직), 피아노 윤정우(반도체 회사 기술영업직)
감쪽같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 아닐까. 유례가 없던 폭염으로 전국을 신음케 하던 여름이 이날 자취도 없이 사라졌다. 마치 언제 그런 계절이 있었느냐는 듯이. 이들도 그랬다. 마치 언제 직장인이었느냐는 듯, 퇴근 후 눈부시게 변신한 사람들.
글. 성지선/사진. 이준호

자그마한 동네에서 울리는 선율

“가서 들어 봐. 들려?” “아니, 여긴 베이스밖에 안 들려.” “기타는 들려요?” 관악구 청림동을 오르는 야트막한 언덕 도로변, 작은 카페에서 이색적인 말소리가 들려나왔다. 여기인가 보다. 오늘 재즈공연이 있다던 곳 말이다. 순식간에 다가온 가을을 맞이하느라 활짝 열린 유리문 안으로 들어서니 벌써 묵직한 콘트라베이스 소리가 바닥을 울렸다. 탁자를 치우고 만든 공간에 기타와 전자피아노가 들어서고 드럼과 마이크도 자리를 찾고 있다. 악기를 매만지고 음향을 체크하는 사람들은 ‘잼잼’의 멤버들, 그저 재즈가 좋아서 모인 직장인들이다.

“잼잼은 2015년 4월 결성된 아마추어 재즈밴드입니다. 결성된 해 5월부터 매월 1회 공연하고 있으니 직장인 재즈밴드로서는 꾸준한 활동을 하고 있죠. ‘동네놀이 프로젝트’라는 모토로 이곳 카페 꿈터에서 무대를 선보입니다.”
어느새 악기의 구색이 갖춰지고 관객들도 하나 둘 모여들어 자리를 잡았다. 멤버들 못지않게 관객들도 오랜 팬들인 듯 익숙하게 간이무대를 바라본다. 이제 공연한 지 1년 반이 조금 넘은 지금, 달마다 이곳에 선다니 잼잼을 찾는 사람들도 많을 듯하다.
“우연히 찾아온 이 카페가 저희 맘에 쏙 들었어요. 따뜻하고 소박한 분위기가 잼잼과 통해 명함을 남겨두었는데 뮤지션 출신이신 사장님께서 흔쾌히 공연을 허락하셨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오고 있답니다.”

흔치 않은 재즈공연 소식에 동네 주민들도 하나 둘 모여들었고, 첫 공연을 성황리에 마친 이후에는 오늘처럼 정기적으로 공연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1년이라는 시간이 쌓이며 실력은 물론 공연의 노하우도 늘었다고. 그러나 전문 재즈밴드가 아닌 만큼 때로 무리한 행사 의뢰에 고충도 겪는다.
“기업이나 단체에서 악기와 장비를 갖추지 않고서 공연을 의뢰해 오는 경우가 있어요. 장비 렌탈부터 음향 설치, 테스트까지 많은 노력과 비용이 투자되는데도 ‘무료 재능기부’를 바라는 분들도 계시고요. 무대가 고픈 직장인 재즈밴드이지만, 이러한 제안은 전문 음악인들에게도 누가 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좋아하는 것을, 게다가 열심히

대학생, 기술영업직, IT개발자, 사무직, 행정직, 디자이너, 초등학교 교사. 공통분모라고는 재즈 하나다. 처음 동호회에서 만난 이들은 이제는 잼잼이라는 이름으로 한길을 걸어가는 사이가 됐다. 각자의 일이 따로 있다 보니 처음에는 연습 시간도, 만나서 의논하는 시간도 조율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었다고. 그러나 지금은 자리가 잡혀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 정기적으로 합주를 하고, 매월 한 번 공연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하고 있단다. 전문 예술인들이 모여 펼치는 공연이 아니기에 수준까지는 스스로 장담하지 못하지만, 직장인 밴드이기 때문에 누리는 장점도 분명히 있다. 가슴 속 꿈으로만 간직해왔던 일을 조금씩 실현해나가는 과정인 만큼 열정만큼은 어느 밴드에게도 뒤지지 않으며, 각자의 커리어에 그 열정을 보태 밴드를 발전시켜 나가기도 한다. 디자이너인 멤버가 공연 포스터를 만들고, IT개발자인 멤버는 음원이나 사진ㆍ영상 데이터를 관리하고, 홍보 경력을 가진 멤버가 SNS를 운영하는 식이다.

“좋아하는 것을 열심히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것 같아요. 나와 다른 사람들과 만나 의견을 조율하면서 하나의 사운드를 만든다는 것도 참 뿌듯한 일이고요. 그게 직장생활을 하는 또 다른 힘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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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이 연주하는 삶

드디어 첫 곡, ‘Someday my prince will come’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관객들은 눈을 감거나 발로 박자를 맞추며 자신만의 감성으로 이곳의 시간에 젖는다. 창문 틈으로 들어오는 도로의 바람 소리마저 하나의 리듬으로 녹아드는 것만 같다.
이들은 분명 전문가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전문가에게 찾을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 음악에 취해 흔들거리기보다 함께 열심으로 악보를 보는 모습이 그렇고, 가사를 잊었다 해도 마주보고 웃으며 수줍게 넘기는 모습이 그러하다. 누구와도 마음을 터놓기 힘든 요즘 시대, 잼잼이 롱런할 수 있는 이유는 그들만의 동료애가 이렇게 살아있는 멜로디로 숨 쉬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밴드를 하기 전에는 집과 회사만을 오가는 시계추 같은 모습이었지만, 지금은 말 그대로 ‘엄청 재밌는’ 삶을 살고 있어요. 서로에 대한 믿음이 편안하게 쌓여갈 때마다, 또 공연 좋았다며 격려해주시는 관객 분들을 뵐 때마다 사는 맛이 나죠.”
재즈는 삶과 닮은 것도 같다. 멜로디가 있는 듯하면서도 시시때때로 변화하고, 즉흥적으로 연주해야 하는 부분은 또 왜 그리 많은지. 무턱대고 즐기기는 어렵지만 매력이 있어 좀처럼 이해하려는 노력을 멈출 수 없다. 그래서 삶과 닮은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잼잼의 멤버들은 행복해 보인다. 이렇게 서로 시선을 주고받으며, 내가 치는 순간에 네가 튕기며, 네가 튕기는 순간에 내가 노래하며 같은 리듬에 춤추는 사람들, 오늘 밤 그들의 생은 동료애로써 이렇게나 눈부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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