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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노물질로 만든 전자피부, 질병 진단부터 치유까지

  • 2017.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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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엠 유어 파더”
영화 스타워즈의 명장면 중 하나는 주인공인 루크 스카이워커가 다스베이더와 광선검으로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다. 다스베이더는 루크의 팔을 자른 뒤 이렇게 말한다.

팔을 잃은 루크는 인공팔을 가지고 재기하는데, 1980년대 상상력이었음에도 금속성의 로봇팔이 아니라 실제와 다름없는 감쪽같은 모습이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현재 과학자들이 바로 그와 같은 차세대 전자 의수를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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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까지 인공적으로 재현한 전자 의수는 보장구 기술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다. 물건을 쥐거나 돌리는 등의 기계적인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도 충분하지만, 온도와 촉감까지 전달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이다.

감각까지 느끼는 전자 의수를 만들기 위해 과학자들은 센서를 도입했다. 압력과 열 등을 감지하는 센서를 의수에 넣어 전기 신호로 신경에 흘려보내 뇌가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느끼는 것만으로는 진짜 팔에 가깝다고 할 수는 없다. 피부처럼 신축성 있는 재료에 센서를 탑재해야 비로소 완성형 전자 의수가 탄생한다.

이를 위해 과학자들이 주목한 것은 나노기술이다. 박장웅 UNIST 신소재공학부 교수팀은 나노물질인 그래핀과 금속섬유를 이용해 신축성 있는 전자피부를 만들어 2014년 국제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발표했다. 그래핀은 벌집 모양의 구조를 가진 나노물질로, 두께가 원자 하나 정도인 수 나노미터에 불과하다.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도가 세고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를 잘 통해 ‘꿈의 물질’이라고도 불린다.

연구팀은 그래핀 사이사이에 얇고 길게 늘인 금속 섬유를 연결했다. 금속도 수백 나노미터 굵기로 얇게 만들면 투명하게 보일 뿐 아니라, 거미줄처럼 그물 형태로 엮어 신축성 있게 만들 수 있다. 이렇게 만든 복합체는 셀로판테이프처럼 투명하고 얇은 데다, 전자기기에 쓰이는 기존 투명 전극보다 저항값이 250배나 낮았다. 그만큼 전기를 잘 흘려보낸다는 뜻이다. 여기에 각종 센서를 심으면 온도와 촉감을 느끼는 것은 물론 인간의 피부가 할 수 없는 다양한 기능까지 더할 수 있다. 예컨대 미국 스탠퍼드대 화학공학과 제난 바오 교수팀은 2015년 압력에 따라 색이 변하는 전자피부를 만들어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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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난 바오 교수는 2012년에는 마치 사람의 피부가 상처를 회복하는 것처럼, 스스로 치유하는 전자피부를 개발하기도 했다. 바오 교수팀은 2008년 프랑스 파리산업물리·화학고등교육연구소(ESPCI ParisTech)가 발표한 ‘자가치유 고무’에 주목했다. 이 고무는 칼로 자른 뒤 절단면을 맞대어 놓으면 다시 원래 상태로 합쳐지는 특징이 있다. 보통 고무와 같은 중합체는 작은 분자들이 공유결합 상태로 길게 결합해 있는데, 공유결합은 끊어지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다. 반면 자가치유 고무는 공유결합보다 재결합하기 쉬운 수소결합으로 연결돼 있다. 잘린 뒤에도 쉽게 수소결합을 회복해 원상태로 붙는 것이다.

연구팀은 전자피부의 감각센서에 자가치유 고무를 접목했다. 고무에는 전류가 흐르지 않기 때문에 금속인 니켈을 섞어 전류가 흐르게 만들었다. 이 소재는 휘거나 압력을 받으면 니켈 원자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거나 가까워지는데, 이때 원자 사이를 오가는 전자가 쉽게 이동할 수도, 어렵게 이동할 수도 있게 된다. 이 차이를 이용해 압력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실험 결과 이 소재를 외과용 메스로 자른 다음, 절단면을 맞대자 15초 만에 원래 상태로 돌아왔고, 전기전도도 역시 원래 상태의 98% 수준으로 회복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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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10대 나노기술을 선정해 발표했다. 나노기술을 적용해 우리 생활을 윤택하게 만들 기술을 꼽은 건데, 그중 하나가 ‘전자피부’였다. 장애인의 신체 기능을 회복시키는 전자피부 기술이 비장애인의 생활에까지 도움을 주는 미래 기술로 꼽힌 이유는 그 응용성 때문이다.

예컨대 피부에 웨어러블 형태로 전자피부를 부착해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받은 정도를 측정할 수도 있다. 조영호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팀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되는 코르티솔을 감지하는 전자피부를 2015년 개발했다. 코르티솔이 분비됐을 때 체온이 올라가고 심장박동이 빨라지는 현상을 감지하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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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호 KAIST 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스트레스 감지용 전자피부. (출처: KAIST)

 

 

전자피부를 웨어러블 패치 형태로 붙여 질병 진단에 활용할 수도 있다. 김도환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는 촉각은 물론 온도와 습도, 그리고 벤젠과 톨루엔 등 유해 화학물질까지 분간할 수 있는 전자피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15년 발표했다.

김 교수팀은 전기용량(물체가 전기를 저장하는 능력)이 압력은 물론 온도와 습도, 유기용매 등에 의해 변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전기를 잘 흘려보내면서도 탄성이 좋은 탄소나노튜브로 필름을 만든 뒤 섬유 형태로 뽑아내 방충망처럼 가로세로로 섬유를 엮었다. 그리고 여기에 투명한 고무 재질 소재를 붙여 머리카락 3배 정도로 가는 전자피부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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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환 숭실대 유기신소재·파이버공학과 교수가 개발한 냄새 맡는 전자피부. (출처: 숭실대)

 

 

이 전자피부는 10mg의 아주 작은 압력에도 반응을 나타냈고, 0.2도의 미세한 온도 변화와 2% 수준의 습도 변화까지 감지해 냈다. 벤젠과 톨루엔 등 유해 화학물질과 몸에서 나오는 땀의 산성도(pH) 변화에 따라서도 전자피부의 전기용량이 달라졌다. 이를 이용하면 주변 환경이 인체에 유해한지를 실시간으로 알려줄 수 있고, 질병 진단에도 활용할 수 있다.

전자피부는 장애인을 돕는 첨단 기술이자 질병 진단을 가능하게 하는 유용한 미래 기술이다. 다만 전자피부에 쓰이는 나노물질이 인체에 무해하다는 점을 확실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검증을 통해 신기술의 인체 무해성이 확인된다면, 전자피부는 영화에서처럼 진짜 팔을 감쪽같이 닮은 차세대 전자 의수를 구현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완성형 기술이 될 것이다.

글 :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 이 스토리는 <국가나노기술정책연구센터>가 지원하여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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