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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듐냉각고속로가 그리는 미래와 논란

  •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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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소듐냉각고속로
원자력은 지금껏 인류가 개발한 에너지 중 가장 경제적이고 대기오염물질을 적은 기술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은 사용후핵연료라는 떼어내기 힘든 꼬리표를 달고 있습니다. 사용후핵연료의 방사선이 완전히 사라지는 30만년이라는 기간은 인류가 기록해 온 역사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시간입니다. 가장 효율적인 에너지로 칭송받으면서도 사용후핵연료라는 존재로 인해 원자력은 지금도 인류의 ‘축복’과 ‘재앙’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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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에 폐기물이 저장되는 모습 (한국원자력환경공단)

그만큼 사용후핵연료에 대한 대책은 원자력계에 있어 숙원과 같은 존재입니다. 지금도 많은 이들이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리와 재사용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주요국들은 남들보다 먼저 관련 기술을 확보해 세계 시장의 주도권을 가지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투 트랙으로 사용후핵연료 관련 대책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핵연료는 땅 속 깊은 곳에 영구 저장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핵연료를 재사용하는 방법입니다. 원전과 핵연료 관련 조금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파이로 프로세싱’, ‘소듐냉각고속로’ 등의 용어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파이로 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를 재사용할 수 있도록 처리해주는 방법을 말하고, 소듐냉각고속로는 파이로 프로세싱을 통해 만든 재처리 핵연료를 사용하는 차세대 원자로를 말합니다.

소듐냉각고속로는 지금 가동 중인 3세대 원전과는 몇 가지 차이점이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냉각재로 소듐을 사용한다는 점입니다. 기존 원자로에 비해 높은 에너지의 중성자로 핵분열을 일으켜 발생하는 열로 전기를 생산합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소듐냉각고속로를 개발하려는 이유는 사용후핵연료 재사용의 이유가 큽니다. 알려진 바로는 사용후핵연료를 재순환해 사용할 경우 기존 연료가 가지고 있던 방사성 독성이 크게 줄어들고 수명도 줄어드는 듭니다. 폐기물의 양은 20분의 1로 30만년의 관리기간도 300년으로 크게 단축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미 원자력협정과 파이로 프로세싱
우리나라가 소듐냉각고속로 개념설계를 완료한 것은 2006년도 입니다. 그 후 10년이나 지났지만, 아직 파일럿 플랜트 등 관련 기술을 실제 설비단계까지 구현하지는 못했습니다. 고속로를 만들기 위해서는 그 전에 파이로 프로세싱을 통해 재처리 핵연료를 확보해야 하지만, 한-미 원자력협정으로 인해 핵연료 재처리 연구개발이 금지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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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처리 실험을 수행하는 DFDF 핫셀(한국원자력연구원)

2015년 한-미 원자력협정 재협상을 계기로 파이로 프로세싱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됩니다. 재처리 금지조항이 사실상 풀리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가능하게 됐습니다. 원자력협상 개정안에 따르면 파이로 프로세싱의 전처리-전해환원-전해정련-전해제련 공정 과정 중 우리나라는 전처리와 전해환원 단계를 수행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금은 파이로 프로세싱 일관공정 시험시설에서 실제 핵연료 대신 감손 우라늄으로 만든 모의 사용후핵연료를 사용해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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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해환원을 수행하는 ACPF 핫셀(한국원자력연구원)

그동안 우리 연구진은 미국과 함께 파이로 기술 입증을 위해 핵연료주기 공동연구를 수행중이며 사용후핵연료 실험을 통해 우라늄과 초우라늄 혼합물의 회수 및 분류를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2단계 사업으로 연내 kg 규모 실증실험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원전 선진국들은 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사용후핵연료 문제 해결과 함께 미래 지속가능 에너지의 해법을 한 번에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때문입니다.

미국은 파이로 프로세싱을 포함한 선진 핵연료주기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경수로 핵연료 처리까지 연구를 확대하고 초우라늄 원소를 고속로 핵연료로 순환하는 실증 단계까지 와 있습니다.

프랑스와 일본 역시 선진습식재처리 방식을 주 개념으로 해서 핵연료 재처리 기술개발을 추진 중에 있고, 프랑스는 2020년 실증을 목표로 고속로를 설계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실증규모의 소듐냉각고속로를 운영 중에 있으며, 상용 고속로 건설을 위한 작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중국 역시 실험로 건설을 완료하고 상용급 발전소 건설을 계획 중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핵연료 재처리를 통해 상용 고속로를 가동하고 있는 곳은 없습니다. 그만큼 각국은 관련 분야에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동 연구를 통해 기술개발에 매진하는 한편, 서로 견제하는 눈치싸움도 벌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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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듐열유체 종합효과시험시설 STELLA-1(한국원자력연구원)

소듐냉각고속로 안전성과 현실성 논란
세계 각국이 기술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연구하고 있지만, 소듐냉각고속로는 아직 안정성과 상용가능성 부문에서 같은 원자력계 내에서도 많은 논란을 겪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논란은 ‘소듐 화재’입니다. 냉각재로 사용되는 액체소듐은 공기와 접촉이 불에 탑니다. 일본의 ‘몬주’ 고속로가 가동 3개월 만에 소듐 누설로 화재를 일으킨 사고는 소듐냉각고속로의 위험성을 대표하는 사례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고속로의 최대 강점으로 언급되는 핵연료 방사성 독성 감소 효과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핵연료 방사성 독성을 1000분의 1 수준으로 줄이려면 수백 년간 태워야 하는데, 고속로 연료에 섞어 넣을 수 있는 기존 핵연료 물질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지적입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연소 과정에서 또 다른 고독성 물질이 발생해, 추가적인 폐기물 처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실성 문제입니다. 소듐냉각고속로도 결국에는 원전입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원전은 지역민 반발 등의 이유로 신규건설이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상용화 실적이 없고 화재사고 전례까지 있던 소듐냉각고속로의 유치는 더 어려울 것이란 전망입니다.

소듐냉각고속로 연구진들은 위 우려에 대해 안정성 최우선으로 한 개발을 통해 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소듐화재의 경우 유류화재 대비 연소속도가 느리고 발열량도 적어 화재의 전파 및 확대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설계상으로 소듐의 기체 및 물 반응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경제성 문제에 대해서도 상용화를 위한 용량 증대와 산업기반이 확충될 경우, 기존 경수로의 비슷한 수준에 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3세대 원자로 역시 건설이 완료된 것은, 우리나라에 있는 신고리 3호기와 UAE에 수출한 바라카 원전 정도가 세계에서 유일합니다. 그동안 인류는 많은 논란이 있던 사안들을 기술개발을 통해 해결해 왔습니다. 4세대 원전인 소듐냉각고속로도 지금은 논란이 있지만, 향후 기술개발을 통해 보단 안전한 에너지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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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연구원이 개발한 고속로용 핵연료 집합체 시제품(한국원자력연구원)

조정형 에너지 전문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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