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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을 쬔 식품은 위험하다?

  • 2017.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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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과학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도처에 있다. 인간과 생명체를 신이 창조했다고 믿는 창조과학자들은 노아의 방주 사건은 물론 공룡과 인간이 공존했다는 것도 믿는다. 이들의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과학 불신자들은 그 어떤 과학적 증거 앞에서도 자신의 비뚤어진 생각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이들 가운데는 유전자변형식품은 유전자를 지닌 몹쓸 식품이며 다른 일반식품들은 유전자 자체가 없어 안전하다고 믿는다. 유럽연합 국가 사람 가운데 3분의 1이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으니 비과학적 사고를 하는 인간 유형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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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조사장치로 사과의 표면에 있을 수 있는 미생물을 멸균하고 있는 모습. ⓒ 위키피디아

식품을 과학과 결부해 이야기하는 저명 과학자의 칼럼이나 책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가 유전자변형식품(GMOs)과 더불어 방사선조사식품(irradiated food)이다. 우리가 먹는 식품이 동식물이나 미생물에서 온 것이면 유전자변형 기술의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유전자가 있다. 방사선조사식품이란 말에 이들 식품 섭취 때 방사선 노출을 걱정하는 이들이 많지만 이들의 기우와는 달리 방사선조사식품에는 방사능 물질이 없다.

방사능물질에 오염된 식품을 멀리 해야

방사선을 쬔 식품에는 방사성 물질이 남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우리가 햇빛에 쪼이면 햇빛이 몸에 남아 우리 몸이 빛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아쉽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식품을 섭취하면서 방사선에 노출될까봐 걱정을 하는 사람은 방사선조사식품이 아니라 방사능물질에 오염된 식품을 멀리 해야 한다. 과거 체르노빌 인근 지역이나 근래 일본 후쿠시마 인근 지역에서 키우거나 잡은 농작물이나 수산물, 축산물에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방사선조사식품은 인간이 일부러 식품이나 식품재료에 방사성 물질을 직접 접촉시키지 않고 코발트(cobalt) 60, 세슘(cesium) 137과 같은 방사성 동위원소를 이용해 방사선을 쪼여 식품 따위에 붙어 있는 해로운 미생물을 죽이고 씨앗이 발아하는 것을 억제하며 잘 익은 과일이 더 숙성하는 것을 막아줘 보존기한을 늘린 것이다. 일반식품과 영양과 구성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식품 방사선조사는 1950년대 이후부터 60여 년간 이루어져 온 미생물 살균 방법이자 발아억제 기술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국가 등 전 세계 60여 개국에서 연간 50만 메트릭톤을 처리하고 있다. 국가마다 방사선조사를 허용하는 식품과 재료의 종류와 방사선조사 용량이 다르다.

방사선조사식품과 방사능오염식품은 하늘과 땅 차이만큼 전혀 다른 것임을 아는 사람은 음식과학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구별하지 않고 방사선조사식품은 어린이급식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학부모나 단체가 있다면 21세기 과학세상에서 살 자격이 많이 부족한 이들이다.

우리가 먹는 식품의 안전성과 새로 도입하는 기술의 위해성 여부는 돌다리를 두드려보고 가듯이 철저하고 조심스레 검증해야 한다. 그동안 방사선조사식품을 가지고 많은 실험동물들을 대상으로 위해성 여부를 조사했다. 하지만 아직 이렇다 할 위해성은 지난 50년간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사선을 쬔 식품에는 영양 변화와 함께 인체에 해를 줄 수 있는 자유기(free radical)가 생성된다고 주장한다. 자유기의 대부분은 산화제이며 다른 물질과 강하게 반응한다. 인체에 이 물질이 많으면 노화가 촉진되고 세포손상과 사멸을 가져올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우리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자유기에 의해 일어나는 것이며 우리가 섭취하는 음식에 들어 있는 자유기와 직접 관련한 이야기가 아니다. 음식 속 자유기는 소화과정에서 대부분 파괴되고 만다.

방사선조사식품과 관련한 논란 가운데 가장 최근에는 지방산에 방사선을 쬐면 2-알킬사이클로부타논(2-ACBs) 화합물 계열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이 화합물은 방사성복합물질로 방사선조사 때뿐만 아니라 식품의 가열처리 때에도 만들어지는 물질이다. 방사선조사 때 생성되는 양은 식품을 가열조리할 때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국립영양연구소는 최근 방사선조사식품을 동물에게 12주간 먹였더니 유전자가 한 쌍이 아니라 여러 쌍을 지닌 세포의 수가 늘어났다며 배수성(polyploidy, 倍數性)이 문제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실험 오류와 통계처리 미숙으로 인한 해프닝으로 결론 났다. 방사선조사업체 등과는 독립성을 지닌 연구기관들이 복수의 연구를 벌인 결과 배수성과 방사선조사식품 간 상관성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1년 유럽에서는 병원성대장균에 오염된 유기농 채소 싹을 먹고 많은 사람들이 치명적 식중독에 걸려 파문이 일었다. 미국에서도 해마다 병원성대장균에 오염된 소시지, 고기, 샐러드를 먹고 많은 사람들이 식중독에 걸리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만약 이들 식품에 방사선조사를 했더라면 적어도 그런 치명적 식중독 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터이다. 방사선조사식품은 과학적 식품 소비 여부를 가늠하는 잣대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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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조사식품 식별에 쓰이는 국제 통용 라두라(radura)) 표시. ⓒ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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