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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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는 중에도 학습을 한다?!

  • 2017.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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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 기말고사를 코앞에 두고도 교과서는 펴 보지도 않고 쿨쿨 낮잠에 빠져 있다. 뭔가를 맛있게 먹는 꿈을 꾸는지 쩝쩝 입맛을 다시며 흘러내린 침을 쓱 닦아낸다. 그 모습을 한참이나 보고 있던 아빠, 더 이상 안 되겠는지 태연을 깨우기 시작한다.

“태연아, 그만 좀 일어나라. 넌 어떻게 시험기간만 되면 잠자는 집 속의 공주…, 아니 딸내미가 되는 것이냐, 어?”

“아함~ 아빠, 저 지금 학습 중이잖아요. 수면 중에도 뇌가 학습을 한다는 거 모르세요? 아함~ 아빠 땜에 잠 깨서 학습 다 망했어요.”

“그런 건 또 어디서 배운 거냐? 얄밉지만, 틀린 말은 아니야. 자는 동안에도 우리 뇌는 깨어 있을 때 못지않게 활발하게 활동하니까 말이야.단기기억을 측두엽으로 전달해 장기기억으로 변환시키고, 기억들 간에 새로운 연결고리를 만드느라 무척 바쁘거든. 깨어 있을 때 우리 뇌는 잠시도 쉬지 않고 시청각 등을 통해 들어온 자극과 경험, 지식 등의 정보를 처리한단다. 계속해서 정보를 입출력해야 하기 때문에 깨어 있는 동안에는 정보를 저장할 여력이 별로 없지. 하지만 잠을 잘 때는 정보의 입출력이 차단되거든? 이건 다시 말해서 정보를 저장하고 학습할 환경이 마련됐다는 뜻이란다. 이런 환경 속에서 뇌는 입력된 정보들을 차분히 정리하고 분류해서 중요한 것은 장기기억으로 보내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삭제하는 등의 일을 하지. 일종의 복습을 하는 거라고도 볼 수 있어.”

“것 봐요. 저도 알아볼 만큼 알아봤다고요. 심지어 공부하는 중간에 잠을 자면 더 시험을 잘 본다는 연구도 있던데요?”

“헐, 그런 것도 읽었냐? 맞는 말이긴 해. 프랑스 리옹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학습시간 사이에 잠을 자면 복습에 드는 시간이 줄어들고 배운 것을 더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는구나. 잠을 자는 동안 뇌가 매우 효과적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기 때문에 깨어나서도 복습하는 데 드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거지.”

“공부한 뒤에 잠을 잘 자는 것도 중요하지만, 학습 전의 수면도 중요하다던 걸요?”

“대체 넌… 어디까지 공부한 게냐. 잠에 대해 공부할 시간에 기말고사 준비를 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 암튼 수면이 학습에 끼치는 영향은 학습 전 수면과 학습 후 수면으로 나뉘는데, 지금까지는 주로 학습 후의 수면에 대한 연구가 많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학습 전 수면도 아주 중요하다고 하는구나. 뇌에서 기억의 생성·유지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은 해마인데, 잠이 충분치 않으면 해마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떨어져 학습에 상당한 장애를 가져온다는 거야. 미국의 수면연구가 매튜 워커 박사에 따르면 수면이 충분히 않을 경우 해마가 심각한 영향을 받아서 정보습득 능력이 무려 40%나 감소할 수 있다는구나.”

“잠을 푹 잘 자면 훨씬 더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아요. 이만하면 잠에 관한 한 척척박사죠?”

“그, 그것도 맞아.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교 연구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잠을 자는 동안 뇌는 무관해 보이는 사실들 사이를 연결해서 생각지도 못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곤 한다는구나. 그래서 잠에서 깨는 순간에는 전혀 상관없는 개념들 사이의 연관성을 깨달을 가능성이 다른 시간대에 비해 33%나 더 높다는 거야. 예술가 중에는 머리맡에 펜과 공책을 두고 자다가 일어나자마자 떠오르는 아이디어를 적는 습관을 지닌 사람들이 꽤 있는데,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란다. 당연히 잠을 충분히 못 자면 뇌의 창의적인 기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

“그래요? 그럼 전 더 열정적으로 다디단 낮잠을 많이 자서 창의적인 예술가가 되어 볼래요!”

“그런데 말이야, 잠 박사인 네가 모르는 게 하나 있구나. 잠은 적게 자도 안 되지만, 지나치게 많이 자도 수명 단축이라는 문제를 가져오거든.보통 청소년은 8~9시간, 성인은 7~8시간 정도를 자는 게 적당한데, 서울대학교 예방의학교실의 발표에 따르면 지나치게 많이 그러니까 하루 10시간 이상을 자면 7시간 잔 사람보다 사망률이 무려 36%나 높아진다는 거야!”

“저, 정말요? 잠을 많이 자야 좋다는 정보만 싹 공부해서 그건 미처 몰랐어요. 사망률이 36%라니 졸음이 싹 달아나는걸요?”

“안 되겠다. 사랑하는 내 딸의 무병장수를 위해 당장 병원에 가야겠구나. 하루에 무려 12시간씩이나 자 재끼는 내 딸에게 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건지, 우선 입원을 하고 팔에 링거를 꽂고 온갖 검사를 다 하고 필요하면 수술까지….”

“아, 아빠!! 잘못했어요. 사실은 밤마다 이불 뒤집어쓰고 말숙이랑 ‘깨똑’ 하느라 잠을 못 잤어요. 흑, 제발 병원이나 주사, 수술 같은 무서운 말은 거두어 주세요. 네?”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일러스트 김석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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