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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조작, 정말로 가능할까?

  • 201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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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스마트폰으로 세상 곳곳의 소식을 접하고, 달을 넘어 태양계 밖까지 탐사선을 보내는 요즘에도 인류는 자연의 재난 앞에 자유롭지 않다. 당장 올해 여름만 해도 역대급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가 연이어 미 대륙을 강타하면서 2,620억 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입고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재난영화는 이에 대한 무력감과 공포감에서 기인한다.

지난 10월 개봉한 지오스톰은 투모로우, 트위스터, 볼케이노 등 꾸준히 나오고 있는 할리우드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의 최신작이다. 가까운 미래, 기후변화로 인해 지구에 갖가지 자연재해가 속출하자 세계는 힘을 합쳐 날씨를 조종할 수 있는 ‘더치보이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그리고 평화로운 몇 년이 지난 후, 더치보이에 문제가 생기면서 전세계에서 갑작스럽게 기상이변이 일어난다.

토네이도, 쓰나미, 지진, 화산폭발……. 히어로가 벌떼처럼 뛰쳐나와 단체전을 찍는 것이 최근 블록버스터의 추세이듯 이 영화에서도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난이 두바이, 모스크바, 리우 등 전세계를 강타하며 강렬한 인상을 준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면 의구심이 든다. 정말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기후를 조종할 수 있을까? 또 사람이 순식간에 얼어붙는 장면은 얼마나 가능성이 있을까? 영화적 재미를 위해 과장이 있는 것은 좋지만 환타지 영화가 아닌 한 너무 현실과 동떨어지면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최신 재난영화 지오스톰을 과학적 시각으로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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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개봉한 지오스톰은 할리우드의 최신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다.토네이도, 쓰나미, 지진, 화산폭발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난이 두바이, 모스크바, 리우 등 전세계를 강타하며 강렬한 인상을 준다. 출처: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사람이 꽁꽁 얼기 위해 필요한 온도는?

체감온도 50도는 족히 넘음직한 사막에 꽁꽁 언 마을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주변부는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인데, 마치 차원도약을 한 것 마냥 일부분만 얼음왕국이 되어 있는 것. 영화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지역의 기후를 조절하는 위성이 오작동 된 것으로 나오지만 초반부터 너무 심한 과장은 헛웃음을 나오게 하기에 충분하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사막 전체에서 한 마을(지점)만 얼어붙어있다는 점이다. 위성에서 엄청나게 강한 냉동광선(?)을 발사해 뜨거운 사막을 얼렸다고 쳐도 조사요원들이 도착할 때까지 해당 마을만 냉동상태로 남아 있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어색하다. 순식간에 얼어붙었다고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열 차단막이 있지 않은 이상 열이 주변으로 전달되지 않을 리 없으니 말이다.

이 장면에서 드는 의문 한 가지 더. 영화처럼 정말 사람이 꽁꽁 얼어버리려면 어느 정도의 온도가 필요할까?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순 없지만 우리는 비슷한 사례에서 근사값을 유추해볼 수 있다. 냉동인간이다.

현대 의학으로 치료할 수 없는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이 미래를 기약하며 영하 196℃의 질소탱크 안에 들어가 잠들어 있다. 이때 이들의 세포와 조직을 보존하기 위한 최소한의 온도가 약 영하 120℃다. 액체가 유리에 가까운 고체 상태가 된다고 하여 유리전이점(glass transition temperature)이라 부르는 온도다. 이때는 분자들의 움직임이 멈추기 때문에 생체화학 반응도 일어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영화처럼 꽁꽁 얼어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은 상태가 되려면 최소 영하 120℃ 정도는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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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를 조작하는 것은 현재 기술로는 어려운 일이다. 기후조작의 사례로 꼽히던 HAARP(HighFrequency Actival Aural Research Program) 프로젝트 역시 증명된 것은 없다. 출처: Wikimedia

기후조작? 현재 기술론 어림 없어

이 영화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지금까지의 재난 영화와 달리 인간이 직접적인 재난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물론 인간이 저지른 환경오염 등으로 재난이 촉발됐다는 설정은 많지만 아예 기후 조절 능력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인위적인 재난을 일으켰다는 설정이 참신하다. 그렇다면 정말 사람의 능력으로 기후를 조작할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답하기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기후란 것은 ‘일정 지역에서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대기현상의 평균 상태’를 나타내는 것으로 기상, 날씨와는 다른 개념이라는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순간적인 대기현상은 기상을 뜻한다. 따라서 엄밀히 말하면 ‘기후를 조작한다’는 홍보문구는 잘못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이런 장기적인 대기현상의 변화는 쉽사리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일반적으로 기후변동의 원인으로 꼽히는 것들은 태양에너지의 변동, 지구 자전의 변화, 외부 행성의 움직임으로 인한 변화 등 우리의 과학수준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들이다. 때문에 기후를 조작한다는 설정은 순전히 영화적 상상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조작에 대한 음모론은 끊이지 않는다. 가장 많이 거론되고 있는 것이 미국서 진행됐던 HAARP(HighFrequency Actival Aural Research Program) 프로젝트다. 수많은 안테나에서 강력한 라디오파를 발사해 대기 상층부의 전리층을 달군다는 개념으로, 대기 순환을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논리다. 강력한 전파로 사람들을 마인드 컨트롤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라는 주장도 있다.

심지어 작년 일어난 경주대지진조차 HAARP의 영향이라고 말하지만 그 정체는 고주파를 이용해 전리층을 관찰하는 일종의 대형 실험 프로젝트에 지나지 않는다. 그마저 2014년에 공식적으로 폐쇄됐다.

국지적 날씨 조작은 가능

물론 기후조작은 불가능해도 기상상태를 바꾸는 정도는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하다. 가장 대표적인 날씨조절기술은 구름에 인공적인 영향을 줘 비나 눈을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다. 항공기, 로켓 등을 이용해 인공적으로 구름 내부에 요오드화은(AgI) 같은 화학물질을 살포하는 것이다. 이 화학물질은 구름씨(cloud seeding)가 되어 주변의 수증기를 모으고 무거워지면서 비가 되어 떨어진다.

인공강우의 쓰임새는 다양하다. 단순히 가뭄을 해결하는 것은 기본이고, 미세먼지를 해결하거나 미리 대기중의 수증기를 소모시켜 태풍의 피해를 약화시키는 등 다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관련 기술도 상당히 발전해 2015년에는 중국 랴오닝성 부근 360㎢에 달하는 넓은 지역에 비를 내리게 한 적도 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인공강우는 그 효과가 길어야 반나절 수준이라는 문제가 있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 중국은 성공적인 2008 베이징올림픽을 위한 날씨조절에 무려 18조원을 투입했다고 알려져 있다. 살포된 화학물질의 부작용이나 타 지역에 내릴 비(수분)를 끌어다 쓰는 영향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이밖에도 안개제거, 우박제어, 태풍약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날씨를 조종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37개국에서 150여개 이상의 날씨변조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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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지적인 기상조절은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구름에 인공적인 영향을 줘 비나 눈이 내리게 하는 인공강우다. 출처: Shutterstock

진짜 기후조작을 막을 영웅은? 바로 우리!

그런데 사실은 음모론적인 시각이나 국지적 날씨 조작이 아닌, 확실하게 인간이 기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결정적 증거가 있다. 지구온난화다. 어떤 거대한 음모나 악당의 프로젝트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조금씩 기후조작에 동참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에서는 몇몇 주인공의 영웅적인 노력으로 재난을 막고 전세계의 평화를 찾았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순식간에 사람이 얼어붙고 용암이 폭발하는 영화 속 재난보다 현실에서의 환경 문제에 좀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김청한 칼럼니스트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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