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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임플란트, 기억력 살려낸다?

  •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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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칸영화제 최우수 감독상과 골든글로브 최우수 감독상 등을 수상한 줄리안 슈나벨 감독의 <잠수종과 나비(2008년 국내 개봉)>는 실화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다.

<엘르> 편집장으로 성공가도를 달리던 장 도미니크 보비는 43세였던 1995년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진다. 온몸이 마비되는 감금증후군(ocked-in syndrome)으로 인해 그에게 남은 신체기능이라고는 왼쪽 눈꺼풀과 귀 뿐. <잠수종과 나비>는 오로지 눈꺼풀을 움직여 써내려간 자전적 소설이다. 알파벳 철자는 눈깜빡임 횟수로 구분하고, 마침표는 눈을 감는 식으로 표현했다. 하루에 써내려가는 건 겨우 반페이지, 책 완성을 위해 1년 3개월동안 20만번 이상 눈을 깜빡거려야 했다. 모든 혼을 다 쏟아부어서 일까. 책이 출간된 이틀 후 안타깝게도 그는 숨을 거둔다.

만약 보비가 그때가 아닌 지금이었다면 어땠을까. 마비를 막을 수는 없을지는 몰라도 소설은 좀 더 수월하게 쓸 수 있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좀 더 오래 살아 제2, 제3의 작품을 기대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적어도 당시보다 20년이 더 흐른 지금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이 훨씬 더 발전했으니 말이다. 더 나아가 뇌 임플란트(Brain Implant) 기술도 대안으로 활발하게 모색되고 있으니 더욱 아쉽다.

뇌는 모든 신경계의 중심으로 운동 기능, 감각정보 처리 기능, 언어 기능, 학습과 기억 기능 등을 관장한다. 뇌가 명령을 내리면 나머지 신체 조직들이 실행을 하게 되는데 신체의 손상이 발생했을 경우 이들 기술을 이용해 의사 소통, 움직임 제어느 물론 감각 회복, 기억력 복원 등을 꾀할 수 있다.

뇌파를 이용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는 BCI는 신체 기능이 마비된 환자가 생각만으로 컴퓨터를 의사 전달의 도구나 동작 제어 수단으로 쓰는 것이다. 두피에서 나오는 뇌파를 읽는 EEG 방식과 대뇌에 전극을 직접 붙이는 뇌 임플란트 방식이 있다.

BCI의 한 분야이긴 하지만 뇌 임플란트 기술은 최근 난치병인 알츠하이머, 간질 등에서 기억력 회복을 도와주는 역할까지 거론되고 있어 잠재성이 큰 분야로 받아들여진다. 1988년 에머리대학 연구팀이 전신마비 환자의 뇌에 전극을 심어 단순한 단어를 입력하는 실험에 성공한 것이 최초의 임상 시도다. 2012년에는 100여 개의 미세 전극을 이식해 로봇 팔을 움직이는데 성공한 미국 브라운대학의 연구 결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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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에 전극을 심어 언어기능과 동작 제어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 뇌 임플란트 기술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 네이버 포스트 재인용

뇌 임플란트 연구는 최근 5~6년새 부쩍 활기를 띠고 있다. 미국이 2013년부터 3조 5000억원을 투입해 1000억개의 신경 세포로 구성된 뇌 지도를 만들겠다는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ive Neurotechnologies)’의 일환으로 뇌 임플란트 연구가 세부 과제로 진행되고 있으며 유럽연합도 비슷한 시기에 1조 5000억원을 투입한 휴먼 브레인프로젝트(HBP)를 시작했다.

최근에는 페이스북, 테슬라의 엘론머스크 등이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진행하면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2002년부터 해마다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는 10대 혁신 기술을 발표하고 있는 MIT는 2017년 10대 혁신 기술로 뇌 임플란트를 처음으로 꼽기도 했다. 뇌 임플란트 기술이 상용화하려면 10년 가량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지만 최근 일부 임상 실험의 성과로 보면 2020년대 초반에도 어느 정도 가능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이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업체를 꼽으라면 바로 커널(Kernel)이라는 스타트업이다. 커널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의 해마에 이식할 수 있는 작은 바이오닉 보철을 개발 중이다. 기억에 문제를 갖고 있는 환자의 뇌에 이식해 전극이 뇌의 특정 신경을 자극함으로써 뇌로 입력된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도록 도와준다. 상용화가 된다면 알츠하이머, 뇌졸중, 간질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현재 간질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커널은 페이팔에 자신의 결제 회사 브레인트리를 8억달러에 매각한 브라이언 존슨이 무려 1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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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커널의 뇌 보철 개념도. 해마에 전극을 심어 정보를 장기 기억으로 전환한다. ⓒ 커널

남캘리포니아대(USC) 신경공학센터 디렉터 테드 버거(Ted Burger)는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뇌 임플란트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10년 안에 임상 장치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다. 버거는 쥐와 영장류를 대상으로 한 임상 실험에서 뇌 임플란트 장치의 효과를 입증했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테스트 한 초기 결과도 좋게 나와 상용화 기대를 높이고 있다.

버거는 커널사의 뇌 보철 개발에 방법론을 제공한 연구자이기도 하다. 버거의 이식 메모리 보철은 학습하는 동안 전극이 신호를 기록하도록 해주고 마이크로프로세서는 계산을 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전극은 신경을 자극해 정보를 기억으로 암호화하도록 해준다. 버거는 “메모리 코드를 통해 기억을 더 강화하고 이를 다시 뇌에 심어주는 원리”라고 설명한다.

DARPA는 지난 7월 브라운대학, UC버클리, 컬럼비아대학 등 6개 연구기관을 선정하고 4년간 6500만달러를 투입해 뇌 임플란트 기술을 개발키로 했다. DARPA는 100만개에 달하는 뉴론을 기록하고 역으로 외부의 데이터를 이들 뉴론에 전송하는 기술을 우선 개발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인간의 뇌가 갖고 있는 860만 뉴론의 매우 작은 부분이기는 하지만 풍부한 감각신호를 뇌에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된다면 뇌 치료에 새로운 기원을 열 수 있다는 것이 DARPA 측의 설명이다.

엘론 머스크는 뇌 임플란트 분야에 떠오르고 있는 또 한명의 기대주이다. 테슬라 창업자인 그는 지난해 7월 뇌 연구 스타트업인 뉴럴링크를 캘리포니아주에 설립하고 303억원을 초기 투입했다. 뉴로링크의 사업 내용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신경 레이스(neural lace)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각을 업다운로드하는 작은 전극을 뇌에 이식하는 기술로 액체 상태의 전자그물망을 뇌에 주입시키면 특정 뇌 부위에서 최대 30배의 그물로 펼쳐지면서 뇌세포 사이에서 전기 신호와 자극을 감지할 수 있는 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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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머스크가 뇌 임플란트 분야에서도 놀라운 도전을 한다. 스타트업 뉴로링크를 설립하고 303억원 초기 투자를 단행했다. ⓒ 플리커 제공

이밖에 두개골을 열지 않고도 스텐트(stent) 시술로 전극 센서를 심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멜버른 대학 연구팀은 지난 6월 신경이 절단되거나 척수 손상으로 하반신 마비가 온 사람들이 생각만으로도 외골격 수트를 입고 걷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아직은 양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지만 내년부터는 뇌졸중, 척수손상, 근육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기술은 뇌의 신호를 외골격 수트로 보내는 것이 핵심인데 두개골을 여는 수술없이 가느다란 철사 장치로 대뇌 피질 근처 혈관까지 전극이 달린 센서를 이동시킨다. 뇌의 신호가 이 센서를 통해 신호를 기록장치로 전송하면 이것이 다시 외골격 수트를 제어하는 신호로 바뀌는 원리다.

그러나 이런 시도에 대해 일부에서는 뇌과학 버블이 만든 허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로봇신문 보도에 따르면 콜럼비아 대학의 바이오의학 전문교수인 폴 사즈다는 “실리콘밸리는 돈을 충분히 쏟아부으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신경과학에는 답이 없는 질문이 아주 많다”고 꼬집었다. 수십년간 BCI를 연구해오고 있는 스위스 제네바의 바스센터 존 도노휴 소장도 “투자자금이 모인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무언가 대단한 성취가 있을 것이라는 잘못된 기대나 환상을 심어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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