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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밝혀진 블랙오로라의 비밀!

  • 2017.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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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오로라’는 그림1처럼 지구자기장을 따라 커튼처럼 형성된 오로라 중 어두운 영역을 칭하는 말이다. 쉽게 말해 ‘주위에 오로라가 있는 영역 중 오로라가 안 보이는 영역’이라 보면 된다.

최근 이 블랙오로라에서 발생하는 강한 전기장의 비밀이 밝혀지면서 많은 과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블랙오로라 영역 안에 양전하가 있어 전기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증명됐으나 그 발생 이유에 대해서는 아무도 대답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의문에 대한 답이야말로 블랙오로라가 가지고 있는 비밀스러운 특성으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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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오로라는 지구자기장을 따라 커튼처럼 형성된 오로라 중 어두운 영역을 칭하는 말이다. 출처: 이관철

 

오로라를 만드는 것은 태양풍

블랙오로라를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먼저 오로라 현상의 일반적인 원리에 대해 알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높은 에너지의 전자와 양성자로 구성돼 있는 태양풍은 보통 지구 자기장에 의해 차단되지만 그 중 일부가 자기장을 뚫고 지구의 이온층으로 유입된다. 지구 가까이 접근한 태양풍 입자는 자기장이 지구표면으로 향하는 극지방으로 자기장을 따라 빠르게 흘러가게 된다.

이런 하전 입자들이 대기를 구성하는 산소 원자나 질소 분자를 만나게 되면 이들을 여기(勵起, excitation; 외부에서 에너지를 가함으로써 원자나 분자의 가장 바깥쪽에 있는 전자가 높은 에너지 상태로 이동하는 것)시키게 된다. 그로 인해 특유의 색을 띈 빛을 발산하는 것이 바로 오로라다. 네온사인의 내부 기체에 따라 다양한 색의 빛이 만들어지는 원리와 유사하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오로라를 만드는 것은 태양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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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에서 날아온 태양풍이 지구 자기장의 보호에 의해 차단되는 모습. 출처: 이관철

 

인공위성이 밝혀낸 블랙오로라의 비밀

그간 많은 과학자들이 블랙오로라의 비밀을 밝히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 왔다. 그 중 가장 큰 성과를 거둔 것이 인공위성 탐사다. 인공위성 탐사의 대표적인 예가 1992년 발사된 스웨덴의 인공위성 프레자(Freja)에 의한 연구다. 이 인공위성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라고 할 수 있는 고해상도의 플라즈마 및 전자기장 측정 능력과 빠른 데이터 전송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실제로 프레자 위성은 전기장을 동반한 블랙오로라 현상을 100회 이상 자세히 측정했다. 그 결과 밝혀진 블랙오로라의 비밀은 자기장에 수직한 방향으로 강한 전기장이 존재하고, 그 전기장의 세기는 블랙오로라의 폭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었다.

 

블랙오로라 문제를 푸는 단서를 발견하다

하지만 여전히 블랙오로라에 전기장이 발생하는 이유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그러던 중 필자는 핵융합 연구에서 블랙오로라의 비밀을 풀 수 있는 중요한 단서를 발견했다. 바로 플라즈마와 중성입자 사이의 충돌반응이다.

플라즈마란 원자에 갇혀 있던 전자가 분리돼 양전하를 가진 이온과 음전하를 가진 전자로 분리된 물질의 상태이다. 그러므로 오로라의 빛이 발생하는 영역은 플라즈마가 존재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오로라 빛의 세기는 그 영역에 있는 플라즈마의 온도와 밀도에 비례한다 즉 플라즈마 압력이 높을수록 밝은 오로라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런데 블랙오로라 말고 플라스마에서 전기장이 발생하는 경우가 하나 더 있다. 핵융합 연구를 위해 고온 고압의 플라즈마를 강한 자기장 속에서 발생시키는 ‘토카막’ 이라는 장치에서 전기장이 측정된 것이다. 정확하게는 플라즈마의 경계 영역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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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핵융합로 KSTAR의 내부에 있는 토카막. 플라스마를 강한 자기장 속에서 발생시키는 이 장치에서 전기장이 측정됐다. 출처: 이관철

 

비밀의 열쇠: 자이로중심이동 분석법

플라스마 경계면에서 전기장이 발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중성입자와 이온 간 충돌에 따른 이온 위치 변경 때문이다. 핵융합로의 플라즈마 경계에는 플라즈마 입자뿐 아니라 아직 이온화가 안된 중성입자들이 있으며 이들 중 이온과 중성입자가 서로 충돌하는 현상이 있다. 이온은 자기장의 영향으로 나선운동을 하지만 자기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중성입자는 직선 운동을 한다. 이 둘이 서로 충돌을 하면 이온의 위치가 변하게 된다. 이렇게 이온들이 한 쪽으로 이동하게 되면 전하가 축적돼 전기장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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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온이 중성입자와 충돌하여 위치가 변하는 과정. 출처: 이관철

 

그림 4를 보며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지면에서 솟아나는 방향의 자기장이 있으면 이온은 자이로 운동을 하게 된다. 전하를 띈 입자가 자기장 주위를 빙글빙글 도는 것이다. 그런데 이온이 중성입자와 충돌하면 새로운 자이로 운동을 하게 되고 자이로 운동의 중심도 이동된다. 이를 분석해 핵융합 플라스마에서 이온의 움직임을 계산하는 방법을 ‘자이로중심이동 분석법’이라고 한다. 2006년 필자에 의해 처음으로 개발됐다.

이 분석법에 의하면 플라즈마의 압력이 변하는 정도가 가파를수록 더 강한 전기장이 만들어진다. 어두운 블랙오로라 영역은 플라즈마 압력이 낮다. 때문에 블랙오로라의 폭이 작으면 그만큼 플라즈마 압력이 가파르게 변하게 되고 더 큰 전기장이 만들어 져야 한다.

다행히 핵융합 플라즈마의 비밀을 풀었던 열쇠, 자이로중심이동 분석법은 블랙오로라에도 잘 들어맞았다. 프레자 위성이 100번 넘게 측정했던 데이터들은 전기장의 방향과 전기장의 세기와 함께 블랙오로라의 폭이 좁을수록 더 강한 전기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증명해줬으며 자이로중심이동 분석법에 의한 예측 값과 잘 일치했다.(그림.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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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블랙오로라 내부에 자이로중심이동 전류에 의해 축적되는 양이온. (b) 블랙오로라에서 측정된 전기장(적색점)을 자이로중심이동에 의한 계산값(청색선)과 비교한 그래프, 여기서 가로축은 블랙오로라의 폭에 해당하는 길이. 출처: 이관철

 

이로써 블랙오로라에서 전기장이 발생하는 비밀은 밝혀졌다. 나일론, X선, 전자레인지 등 위대한 발명들이 우연한 계기로 세상에 탄생했듯이, 핵융합 연구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분석법이 오로라 같은 자연 현상에서 발생하는 물리법칙을 규명한 것이 흥미롭다.

 

출처 KISTI의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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