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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원자력을 꿈꾼다, 월성원자력본부 교육훈련센터 허재열 교수

  • 2014.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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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일들이 기계화되어가도 결국 일보다 중요한 것이 ‘사람’이라고 하죠. 이번 ‘에너지인의 감성스토리’에서는 원전 종사자들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월성원자력본부 교육훈련센터 허재열 교수님의 진솔한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허재열교수님1

 

1997년 IMF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부터 취업난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취업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였던 시절. 취업의 문턱을 넘을 유일한 길은 시험을 통해 채용되는 방법뿐이었습니다. 물리학을 원자력의 관련학과로 분류하는 전력회사에 지원하기로 결정하고 원자력공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모교에는 원자력공학과가 없어 다른 학교의 전공교재를 구했고, 교재만으로는 부족해 전공자들에게 노트를 빌리기도 하고 도강도 하면서 ‘나만의 부전공, 원자력’을 정말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입사하고 처음 배정받은 곳은 고향에서 멀리 떨어진 월성. 어렵게 취직한 만큼 최전방에 서고 싶어 원전의 운전원 보직을 선택했습니다. 많이들 기피하는 교대근무였지만, 양질의 전력생산이라는 목표는 힘들 때마다 큰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몸은 고단했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 할 수 있었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그 결과 이듬해에 원자로조종사(RO) 면허, 3년 후에는 원자로조종감독자(SRO) 면허까지 차례로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현장에서 조금 벗어나 교육훈련센터에서 종사자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운전원으로 근무했던 경험과 해외파견, 기술부서에서 일한 경력들을 현장에 계신 많은 분들과 나누고 있지요. 원전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교육과 훈련은 법의 테두리를 떠나 대단히 중요한 부분이기에, 책임과 보람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고민이 있다면 업무와 공부를 병행해야 하기에 늘 피곤한 교육생들을 어떻게 흔들지 않고 깨우느냐입니다.

 

 원전을 지키는 숨은 공로자들

 “자신의 일보다 공익을 먼저 생각해온 사람들이 있었기에 늘 우리 곁에는 전기가 있을 수 있었다는 사실, 기억해 주세요!”

교대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한 직원이 밤 근무 중 갑자기 요로결석이 발생했습니다. 그게 그렇게 고통스러운 것인지 그때 알았습니다. 급히 응급차까지 불렀지만, 아픈 직원을 대신해 줄 근무자가 늦게 와 발만 동동 구른 적이 있습니다. 한밤중인 탓에 가까이 생활하는 직원을 섭외하기에 시간이 걸렸던 것이지요. 한 시간 뒤에야 대체 근무자가 왔고, 그제야 아픈 직원을 병원으로 후송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한번은 위독하신 아버님을 두고 부득이 출근한 직원이 있었는데, 불행히도 근무 중에 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습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순간이었지만 역시나 대체 근무자를 섭외하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습니다.

 

저도 개인 생활은 늘 뒷전이었습니다. 친구들 모임은 이제 연락도 안 옵니다. 명절에 고향 가는 것도 항상 남의 일이었습니다. 외할머니께서 돌아가셨을 때조차 찾아뵙지 못했습니다. 아내가 출산할 때 병원에 늦게 데려간 일은 지금도 미안합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될 때마다 많은 회의를 느낍니다. 그렇다고 알아주는 사람은 얼마 없지요. 하지만,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한다는 자부심은 힘든 일도 잊게 해줍니다. 사람들이 전기를 공기와 같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것, 그것이 제게는 보람입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여파는 아직도 큰 짐입니다. 게다가 연이은 원자력계 비리·부정 사건들은 그나마 버티던 힘까지 빼앗아 갔습니다. 졸지에 마피아 단원이 되어 버렸지만, 터널의 끝은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견디고 있습니다.

 

역시, 대~한민국!

캐나다 COG(CANDU Owners Group, 중수로 소유주 그룹)파견 시절. 캐나다는 우리나라와 정확히 밤낮이 바뀝니다. 캐나다 사무실에서 퇴근하고 나면 한국에서는 출근시간이 되는 셈이지요. 이런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집에서 쉬고 있거나 자고 있을 때, 본국에서는 업무지시를 합니다. 그리고 “퇴근 전까지 부탁해요”라고 당부를 하지요. 그 시간이 저에게는 출근시간인데도 말이지요. 실은 캐나다 사무실에서도 별반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그 곳 사람들도 퇴근 무렵이면 슬그머니 다가와서 한국에 이런저런 요청을 하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24시간 근무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일은 하면 되는 것이기에 힘들어도 가능했습니다. 문제는 영어. 각종 회의가 많았지만, 가장 어려운 것이 전화회의(Tele-conference)였습니다. 보이지도 않는 상대와 스피커폰으로 하는 회의는 정말 따라잡기 어려웠습니다. 손짓, 발짓도 할 수 없고, 최소한의 배려도 기대할 수 없었지요. 하지만 힘이 되는 것은 역시 우리의 기술력이었습니다. 중수로 종주국에서도 우리나라의 높은 운영능력은 항상 관심의 대상이 되어 누구 하나 저를 쉽게 보는 사람이 없었으니까요. 국력이라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당시 2006년은 월드컵이 있던 시기였습니다. 우리나라가 경기를 하는 날이면 시내 곳곳을 차로 다니며 클랙슨을 신나게 울리고 다녔습니다. 태극기를 꽂고 말입니다. 그 때만큼 애국심이 고취되었던 적이 또 있었을까요.

허재열교수님2

나의 에너지, 나의 힐링

나의 에너지는 ‘잠’입니다. 때로는 깊은 잠에 못 들고 쉽게 깨기도 하지만 잘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사실은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결혼 전 한참 잘 잘 때는 하루 넘게 잔적도 있습니다. 어머니가 깨우시면 밥을 먹고 또다시 잤습니다. 학창시절, 수업시간에 자다보면 종종 선생님이 바뀌어 있을 정도입니다. 지금은 잠버릇이 까다로워져서 집 떠나면 쉽게 잠이 들지 못하지만, 그래도 잠에 대한 애정만은 여전합니다.

가끔 힘든 일이 생기면 세 아이와 실컷 놀아줍니다. 백지와 같이 깨끗한 아이들의 도화지에 이런저런 그림도 그려보고, 함께 뒹굴다 보면 어느새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기분이 됩니다. 심지어 아이들과 노는 상상만으로도 치유가 되곤 합니다. 주말부부를 하신 부모님 때문에 아버지와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아서인지 아이들과 놀아주는데 서툰 아빠지만 아이들만 원하면 저는 즐겁습니다. 하이라이트는 아내 모르게 애들과 사먹는 불량식품입니다. 어릴 적 추억도 생각나고 아이들과의 유대관계도 돈독해져 일석이조랍니다.

 

나의 바람

월성1호기 계속운전이 꼭 실현되었으면 합니다. 국가적인 손실이나 전력사정은 차치하더라도 엔지니어로서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많이 노력했고, 기술적으로 확인된 월성1호기의 튼튼한 건강상태를 인정받고 싶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원자력의 안전성을 의심받지 않을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안전성은 무의미합니다. 기술적인 문제가 됐든 정서적인 문제가 됐든 꼭 풀어보고 싶습니다.

한 가지 더, 영어로 농담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으면 좋겠습니다. 캐나다 파견근무 시절 겪은 언어장벽, 꼭 극복하고 싶습니다. 정말로 거지가 하는 말도 못 알아들었으니까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는 일, 지금이 시작할 때입니다

“살아가며 일의 순서를 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당장 급하지는 않지만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살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일에 습관처럼 익숙해지도록 계획하고 실천해 보세요. 성공이나 기회는 준비된 사람들에게 호의적인 법입니다”

인생사 모든 일을 네 가지로 구분하자면, 중요하고 급한 것,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것,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것, 마지막으로 중요하지도 않고 급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급한 일은 누구나 당연히 합니다. 그러나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은 간과하기 쉽습니다. 시간이 흘렀을 때 차이는 극명하지요. 쉬운 예를 들자면, 영어공부나 배우자를 택하는 것 등이 그러합니다. 자신의 업무 중에도 이러한 일이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제 스스로 아직 멘토링 자격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 기회를 빌려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자신만의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서 조금씩 꾸준히 준비하라는 것입니다. 자신의 생활을 점검해보고 나만의 계획을 세우세요. 먼 훗날 지금의 노력들은 든든한 실력이 되고 밑거름이 되어줄 겁니다. 여러분의 미래가 그 위에 멋진 나무로 당당히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  원자력문화재단 아톰스토리로 가시면 더 많은 에너지스토리 및 인물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http://atomstory.or.kr/)

– 자료출처 : 원자력 문화재단 아톰스토리 ‘에너지 인물 열전’ http://atomstory.or.kr/p/378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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